"경쟁으로 기부 활성화" vs "정부가 통제할 의도"
당정 "5년마다 재심사…방만한 운영ㆍ사유화 막아야"
반대론자 "모금한 돈 정부가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

정부와 여당이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와 비슷한 전문 모금기관을 복수로 허용하면서 정부가 지정권을 갖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건복지가족부는 공동모금회가 법률에 근거해 공동모금을 독점하고 정부 지원까지 받고 있는데도 정부의 관리ㆍ감독을 받지 않아 방만한 운영과 비민주적 인사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동모금회와 일부 시민사회단체 및 교수들은 "정부가 민간 모금단체를 통제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 사업 재원을 조성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된 국내 유일한 법정 공동모금기관이다.



◆공공기관 여부가 쟁점

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쟁점은 공동모금회를 공공기관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다. 모금회가 공공기관이라면 정부가 복수의 전문 모금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지정 여부를 심사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번 개정안과 같은 정부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명시돼 있는 공동모금회는 공공기관으로 보인다.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직접 해오던 것을 1998년부터 모금회에 '외주'를 줬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복지부 민간복지과 관계자는 "공동모금회는 설립 당시 400억원가량의 정부 출연금을 받았고 이후 정부와 국회가 만든 법률에 의해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동모금회 측은 설립 취지를 감안할 때 정부의 기능을 '이양'받은 민간단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막고,기업들에 성금이 준조세로 비쳐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93년과 1994년 정부가 성금을 유용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된 게 계기가 돼 민간단체인 모금회가 출범하게 됐다"며 "400억원 출연금 역시 정부 예산에서 나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낸 성금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공동모금회 기획관리본부 차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은 설립 근거만 명시하고 있을 뿐 모금회는 실질적인 민간단체"라며 "작년 말 옛 재정경제부에서 공동모금회를 정식 공공기관에 편입하려다가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경쟁체제 도입 바람직할까

정부 규제와는 별개로 법정 모금기관을 복수로 둬서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현재의 공동모금회는 이사 중임이 가능해 모금회 자체가 사유화될 수 있고,개인 기부보다 기업 기부에 치중해 모금의 저변을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 기부 비율이 2000년 42.8%에서 2003년 20.5%,2006년 16.1% 등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기부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우선 불필요한 비용 발생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 2,3의 '사랑의 열매'가 만들어진다면 홍보 등을 위한 비용이 낭비되고 성금을 내는 국민들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공동모금회 말고도 민간 모금단체가 많은 지금 정부 주도의 모금기관이 더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모금기관을 정부가 승인ㆍ허가해주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것은 모금 성금을 정부 사업에 전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