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핀란드 카이폴라에서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한 승용차가 경사각도 37.5도의 스키 점프대를 거꾸로 달려 올라간 것이다.

아우디의 중형 세단인 A6가 주인공이었다. 이 차는 당시 겨울용 타이어 외에 특별한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비밀은 4륜구동 시스템에 있었다.

겨울을 맞아 4륜구동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4륜구동 모델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요즘엔 일반 승용차에도 많이 적용되는 추세다. 탁월한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어서다.


겨울철에 진가 발휘하는 4륜구동

4륜구동은 차량의 모든 바퀴에 동력을 배분해 전달하는 장치다. 4개의 바퀴가 각각 적절한 양의 동력을 배분받아 구동되기 때문에 차량 접지력이 극대화되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4륜구동 차량은 미끄러운 도로나 험로 등을 별다른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 급커브나 갑작스런 장애물을 만나는 등 돌발 상황에서도 차량 반응이 빠른 편이다.

마른 노면에선 2륜구동 차량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수 있다. 약간 미끄러운 노면에선 2륜구동형에 비해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제동력 역시 4륜구동형 모델이 탁월하다. 겨울철 눈이 자주 내리고 산악지역 국도가 많은 국내 환경에 가장 적합한 구동방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단점은 높은 가격과 낮은 연비

4륜구동형의 단점은 가격이 다소 높다는 것이다. 동급 모델을 기준으로 4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하면,추가로 수백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한 편인 포드 뉴 토러스의 경우 2륜구동형은 3990만원인 반면 4륜구동형은 4240만원으로 250만원 비싸다.

다만 렉서스 LS460 AWD 4륜구동형은 같은 모델의 2륜구동형보다 1000만원 저렴하다. 카드 키와 파워트렁크,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 등 편의장치가 상당부분 빠졌기 때문이다.

4륜구동형은 연비 면에서도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네 바퀴를 모두 구동하기 위해 힘이 더 필요해서다. LS460을 예로 들면 2륜구동형 연비가 ℓ당 8.8㎞,4륜구동형 연비가 ℓ당 7.5㎞로 연비 차이가 ℓ당 1.3㎞ 정도다.


세단은 수입차가 거의 독식

국산 세단 중에서는 체어맨W가 유일하게 4륜구동 장치(4-트로닉)를 탑재했다. 4륜구동 세단의 대부분은 수입차라는 얘기다. 체어맨W는 차량 자세제어 시스템(ESP)도 장착해 더욱 안정적이다.

렉서스는 LS600hL 하이브리드 모델과 LS460 AWD에 4륜구동 장치를 달았다. 평상시에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을 40 대 60으로 배분하되,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순간적으로 50 대 50 또는 30 대 70 등으로 조절해주는 게 특징이다.

혼다의 4륜구동 시스템은 좀 더 획기적이다. 뉴 레전드에 적용한 4륜구동 자유제어 시스템 'SH-AWD'는 전후 구동력 배분과 함께 뒷바퀴 구동력을 좌우 0 대 100에서 100 대 0까지 배분해준다. 예컨대 2륜구동형은 미끄러운 지면에서 왼쪽으로 돌 때 오른쪽으로 밀리는데,레전드는 오른쪽 뒷바퀴에 가장 많은 구동력을 배분해 차체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배의 앞머리를 틀 때 반대쪽 노를 젓는 원리다.

아우디는 A4 A6 A8 등 세단에서 스포츠카인 TT,SUV Q7,미드십(엔진을 차체의 중앙에 배치한 형태) 스포츠카 R8 등 모든 모델에 4륜구동 시스템(콰트로)을 장착했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체 모델의 절반 이상이 4륜구동형이다. 폭스바겐은 대형 세단 페이톤과 중형 세단 파사트의 일부 고성능 모델에 4륜구동 장치인 '4모션'을 장착했다. 타사 시스템과 달리 앞뒤 및 양측면 뿐만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동력을 전달한다.

재규어는 '트랙션4 시스템'으로 이름붙인 4륜구동 장치를 엔트리급 스포츠 세단인 X-타입 2.5 및 3.0에 적용했다. 일반 주행 땐 엔진 힘을 앞뒤 바퀴에 각각 40 대 60만큼 전달한다. 노면이 젖거나 급가속 과정에서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면 접지력을 되찾을 때까지 나머지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해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볼보는 최상위 세단인 S80 V8 AWD를 내놓고 있다. 전자식 섀시 제어 시스템(4-C)도 탑재됐다.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에 따라 4륜구동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