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각국이 저마다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느라 급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미국의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취임식과 함께 더욱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등 개도국들도 감세(減稅) 재정지출 금리인하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를 동원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선제적 경기대응 측면에서 그 긴박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세계경제가 급속히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당장 수출시장에서부터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선진국에 뒤이어 중국에 대한 수출에서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시차를 두고 침체가 전파되는 게 아니라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그 위기감이 특히 더할 수밖에 없다.

수출이 줄어들면 그 빈 공간을 내수로 채워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는 양상이다. 민간소비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고, 투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증가율이다. 이대로 가면 내수경기가 걷잡을 없이 붕괴돼 실업대란, 자산디플레 등 가장 우려하던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어제 환율이 10년8개월 만에 1500원대를 돌파(突破)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것도 실물부문의 이런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감세 재정지출 등 33조원 규모의 경기진작책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그 정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고, 그나마도 국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보다 강도높은 내수진작책을 신속히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인 만큼 여야는 더 이상 감세와 재정지출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위기의식부터 가져야 한다.

금융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어제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최대 5조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마다 유동성문제 해소와 금리인하 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