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은 일선 영업맨부터 최고경영자까지 기업문화 차원에서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

삼성증권의 리스크담당책임자(CRO)인 권경혁 전무(48)는 "금융산업의 빠른 발전으로 위기의 내용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지점장은 지점의 CRO가 되고,영업직원은 고객의 리스크 매니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미국 메릴린치증권 본사에서 재무와 리스크관리 분야에서만 17년간 근무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모든 금융위기는 과잉유동성,쏠림투자,혁신상품 등장이라는 3가지의 특징을 갖는다"며 "유동성 과잉공급이 위기의 단초가 되고 테마를 가진 혁신적인 첨단상품에 유동성이 쏠릴 때 위기가 증폭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기의 속성을 잘 아는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위기를 자주 겪는 이유로는 "시장이 좋을 때는 내부 통제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최고경영자와 위험관리부서 간 정례회의도 호황기라면 '고객과의 딜을 해야 한다'는 등의 핑계로 생략되기 일쑤라는 설명이다.

권 전무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일각에서 금융자본주의의 종말을 언급하는 데 대해 "시간이 필요할 뿐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위기는 보통 6개월 정도면 마무리되지만 이번은 심층적이고 복잡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리스크의 속성은 똑같기 때문에 파국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증폭시킨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가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한 데다 투자자 간 사적인 계약이라는 측면이 있어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잘못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정 국가만 규제를 강화하면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국제공조로 규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심장의 피를 온 몸으로 순환시키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산업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면서 "막힌 규제를 조금 풀어주자는 취지의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해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벌써 수정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100%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