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의 '스포츠Fun 경영' 눈길
"잘 노는게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


보안서비스 업체 ADT캡스(대표 이혁병)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창호 지원팀장(39)은 요즘 출근이 기다려진다.

업무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동료와 있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군대 같은 조직 분위기 속에서 매일 실적 압박에 시달렸는데 최근에는 회식자리에서 임원들이 원더걸스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까지 하는 등 고압적인 분위기가 사라졌다. 게다가 김 팀장은 회사에서 주관한 직무교육에서 익힌 수상스키와 승마에 푹 빠져있다.

ADT캡스는 이른바 '잘 노는 직원'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를 통한 '펀(Fun)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인적 투자에 힘써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는 이혁병 대표의 지론 때문이다.

회사는 2005년부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스포츠를 결합한 캡스만의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인 '열정교육리더십' 과정을 매주 운영하고 있다. 캡스 직원들은 매년 최소 두 차례 이상 입소,1주일간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매 과정당 이틀가량 봄 가을에는 승마,여름에는 수상스키,겨울에는 스노보드를 탄다. 매회당 교육비용으로 1인당 4만∼5만원이 들어간다. 물론 휴가는 이와 별도다.

안원석 인재개발팀장은 "불황을 맞았지만 스포츠교육예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며 "교육이 시작된 뒤 일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생겼고 팀워크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도 눈부시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6% 이상 매출이 늘어나는 등 작년에 이어 2년째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을 25%에서 35%까지 끌어올렸다. 경비서비스와 보안시스템 시장에서 1위(45%)를 달리고 있는 에스원을 바짝 쫓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캡스의 시장점유율이 1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스포츠를 통한 팀워크 강화에 나선 이유는 이 대표 취임 직후인 2002년 겪었던 극심한 노사분규로 인한 후유증을 하루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많은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고객도 떨어져 나갔다.

이 대표는 "남은 직원들이 24시간 일하며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회사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우선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수상스키와 승마를 즐기는 이 대표가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딱딱한 내용 일색이던 직무교육이 스포츠를 결합한 것으로 바뀌자 직원들의 높은 호응 속에 교육 효과가 커졌다. 노조는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임금협상을 사측에 일임할 정도로 협력적인 노사관계도 형성됐다.

한 직원은 "2002년 이후 단 한번도 실적에 대한 독려나 부진한 성과에 대한 질책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가까이 하기 어려운 임원과도 야외에서 어묵을 먹으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통한 팀워크 다지기는 직원들끼리 미식축구와 스킨스쿠버 등 각종 스포츠 동아리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캡스 직원으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미식축구팀인 '골든이글스'는 매년 각종 대회 우승을 놓치지 않는 강팀이기도 하다.

회사의 이 같은 '스포츠 사랑'은 지난 23일 서희경 선수가 우승한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골프대회 개최와 프로야구 관람객 대상 이벤트 등의 스포츠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ADT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지사에서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회사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펀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