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ㆍ개방 30년을 떠받쳐온 기업들의 성공 신화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중국 최대 갑부인 황광위 궈메이 회장이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중국 최대 날염업체인 장룽그룹의 타오서우룽 회장 부부가 광저우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됐다고 홍콩 명보가 24일 보도했다.

한때 '멍뉴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중국 최대 우유업체 멍뉴의 뉴건성 회장도 멜라민 파동으로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를 이끌고 있는 황 회장은 주가 조작을 비롯,은행 불법 대출,외환관리법 위반,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야반도주했던 타오 회장은 분식회계 불법 자금 모집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뉴 회장은 멍뉴가 외국 기업에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롄샹 등 다른 중국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최근 네티즌들의 성토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네티즌의 말을 인용해 "멜라민 파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멍뉴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민족기업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정지된 궈메이의 황 회장은 '중국 정상급 CEO 황광위의 경영 비결'(사진) 등으로,뉴 회장은 '중국에서 가장 용맹한 남자 뉴건성''뉴건성 창업인생' 등으로 중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 한자리를 차지했던 인물들이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1978년 이후 개혁ㆍ개방의 흐름을 타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인의 몰락은 앞만 보고 달려온 개혁ㆍ개방의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주체들이 모두 앞으로 나가는 '첸진(前進)'에서 더 나가 돈을 좇는 '첸진(錢進)'에만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며 실업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불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부패에 대한 척결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의 일부 성공 기업인들의 몰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