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기 열어 표결…민주, 자구책 제출 요구

자금부족으로 경영난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 '빅3'의 운명이 다음 달 미 의회에서 갈릴 전망이다. 미 의회는 '빅3'가 제출한 자구안과 구제금융 사용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구제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빅3' 구제법안 표결을 다음 달로 연기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빅3'에 자구방안과 구제금융의 효율적인 사용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빅3' 경영진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이번 구제법안이 자신들의 마지막 도움 요청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국민과 의회에 납득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경영진이 자구계획을 제시하기 전까지 그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빅3'는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까지 경영진과 노조의 양보안을 담은 자구계획을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과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 앞으로 보내야 한다. 양원은 이를 검토한 후 8일부터 특별회기를 소집,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빅3'는 의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자구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 의원들은 지난 18일과 19일 '빅3'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의 과도한 보수와 제트 전용기 이용,회사의 생존능력을 질타했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570만달러를,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의 경우 2170만달러를 챙겼다. 멀럴리 회장은 그러나 "포드는 일본의 혼다나 도요타보다 낫거나 동등한 경쟁력의 차를 생산해왔다"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미 헤리티지재단은 전미 자동차노조(UAW)에 속한 '빅3' 근로자들이 2006년 미 평균 근로자(시간당 25.36달러)의 두 배가 넘는 70.51∼75.86달러의 평균임금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 미 현지공장에서 일하는 미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인 41.95∼47.60달러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빅3'를 지원하기 위한 초당적 구제입법안에 합의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칼 레빈과 데비 스테이브노(민주·미시간주),키 본드(공화·미주리주),조지 보이노비치(공화·오하이오주) 의원 등으로 '빅3'의 공장이 위치한 지역 출신이다. 합의안은 고연비 자동차 개발용으로 의회가 이미 승인한 250억달러의 저리 대출금을 운영자금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GM은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GMAC를 상업은행으로 전환키로 신청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금융자회사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7000억달러의 금융권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구제금융은 은행에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글로브 앤드 메일지는 크라이슬러 캐나다가 캐나다 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에 10억달러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