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주영 회장, 구두 세켤레 30년동안 신어

사소한 지출도 줄여 '종자돈' 으로

손실난 펀드 자녀에 증여 '稅테크' 활용도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스스로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봤음직한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의문을 갖고 각종 서적과 인터넷을 뒤지면서 재테크 기법을 익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좋은 투자처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부자들이 '재테크의 귀재'이기 이전에 '절약의 귀재'였다는 사실은 무시해 버리기 쉽다. 그들은 부자가 되기 전에 검소한 생활로 지출을 줄여 투자여력을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등으로 새나가는 돈도 그냥 흘려보내는 법이 없었다.


◆부자는 '절약의 귀재'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실은 '절약의 귀재'다. 재산이 600억달러가 넘는 그가 평소 즐겨먹는 음식은 20달러짜리 스테이크와 맥도날드 햄버거다. 2001년형 링컨 타운카를 8년째 타고 있고 541.6㎡ 크기의 낡은 집에서 벌써 50년째 살고 있다.

한국의 부자 중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전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구두가 닳지 않게 하려고 굽에 징을 박아 넣었고 그렇게 해서 단 세 켤레의 구두를 30여년 동안 신고 다니기도 했다. 그가 살던 서울 청운동 집의 거실에는 흔한 그림이나 장식품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 전하는 거액 자산가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PB들의 전언에 따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부티'를 내며 나타나는 부자 고객은 오히려 소수라고 한다.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고객이 준중형 승용차를 타고 와 PB들을 놀라게 하는 일도 적지않다고 한다.


◆커피값만 아껴도 1년에 60만원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어서 아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따져 보면 푼돈의 위력은 녹록지 않다. 요즘 20~30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습관적으로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예로 들어 보자.

휴일을 빼고 이틀에 한 번꼴로만 커피를 마셔도 한 달이면 10잔이다. 커피 1잔의 가격을 5000원이라고 치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은 한 달에 5만원씩을 더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가 연 6%인 복리식 적금에 돈을 넣는 경우를 가정하면 한 달 5만원의 차이는 1년 후에는 62만원으로 벌어진다.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투자에서는 시간과 돈의 크기가 중요한데 돈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낭비하는 돈만 모아 적금을 들어도 은퇴 이후의 노후자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약을 통해 돈을 얼마나 더 모으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적은 돈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는 습관 그 자체다.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는 것처럼 투자할 때도 이자나 배당소득 등에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기예금의 경우 세금을 내는 것과 안 내는 것은 연 수익률 1%포인트 차이를 가져온다. 1000만원을 연 6%의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1년 후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 이자는 50만7600원이다. 그런데 같은 돈을 비과세 정기예금에 넣으면 연 5%의 금리만 받아도 연 6%의 일반 정기예금과 비슷한 수준인 49만3000원의 세후 이자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요즘 부자는 '세테크' 중

경기침체기를 맞아 부자들의 관심도 온통 절세로 쏠리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그 어느 것으로도 고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수비'를 튼튼히 하는 쪽으로 재테크의 초점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황재규 신한은행 PB그룹 세무사는 "최근 PB 고객들은 펀드가 손실났다고 해도 성급하게 환매하지 않는다"며 "손실난 펀드를 비과세로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주가 하락기를 세테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미성년 자녀에게는 1500만원,성년 자녀에게는 3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증여할 수 있다. 따라서 원금 대비 50%의 손실이 나 평가액이 3000만원인 펀드를 성년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향후 주가 반등으로 펀드가 수익률을 회복할 경우 실제로는 6000만원 이상을 비과세로 증여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골칫거리 해외 펀드도 무작정 환매하고 볼 일은 아니다.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인데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손실은 손실대로 보고 세금은 세금대로 내는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펀드가 수익률을 일부라도 회복하고 환율이 안정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