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기술지도 나섰던 日퇴직기술자들의 쓴소리


"한국 중소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일본을 많이 따라왔다고 본다. 그러나 현장기술자들에게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끝까지 파고드는 정신은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게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생기는 결정적인 요소다. "(오오쿠보 야스히코 마그네케미컬테크노 사장)

"일본의 중소기업 공장엔 고졸자부터 전문학교 졸업자, 대졸자 등이 골고루 있어 현장 기술인력층이 두터운 편이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에 가 보니 현장 기술자들이 대부분 대졸자여서 깜짝 놀랐다. 머리는 모두 뛰어났지만 현장에서 몇 십년간 한 가지 기술만 붙들고 씨름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마쓰오 아리츠네 전 야마하 생산부장)

최근 한국 중소기업에서 3개월~1년간 기술지도를 했던 일본의 베테랑 기술자 4명이 지난 18일 도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지식경제부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올해부터 시작한 '일본 퇴직기술자 한국 기술지도사업'에 참여,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천안에 있는 전기부품 회사 V사에서 3개월간 머물렀던 오오쿠보 사장은 "가르쳐준 기술은 일본 기술자들만큼 빨리 습득했다. 하지만 그걸 응용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부딪친 기술적 문제는 기술자들이 전문서적을 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책을 붙들고 공부하는 기술자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주에 있는 T사를 방문했던 곤도 아키마사 전 후지코 공장장은 "현장 기술 수준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며 "그러나 현장의 숙련기술이 젊은 기술자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손에 기름때 묻히는 것을 싫어해 현장의 기술과 노하우가 점점 묻히고 있는 듯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기계회사 S사에서 6개월간 기술지도를 했던 미타 마모루 전 히타치전기 개발부장은 "한국 기업이 기본 기술은 갖췄다"면서도 "이보다 물건을 만드는 마음과 정신을 얼마나 가다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생산현장에서 안전의식이 부족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의 금속회사 W사를 지도했던 마쓰오 전 야마하 생산부장은 "한국에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대기업과의 거래나 경쟁에서 너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