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ㆍ유가ㆍ실적 등 호전돼도 '수혜주' 되레 고전

상승 동력을 잃어버린 증시에서 호·악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기업 실적과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금리 유가 등 주요 변수들이 우호적으로 바뀌어도 긍정적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18일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히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한국공항 동양고속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등 항공·운수·여행 업종주식들이 기대와 달리 2~3%씩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물이 하루 만에 2.09달러 떨어진 배럴당 54.95달러로 거래를 마쳐 2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3개월 연속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이 경기 침체 및 소비 둔화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호재가 되기보다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39원이나 오른 1448원으로 급등했지만 원화 약세 수혜주인 정보기술(IT)·자동차 수출주들은 전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다. LG전자가 5.26% 급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차 등이 모두 글로벌 소비심리 둔화 우려감에 2~5%대 하락했다.

실적 호전도 마찬가지다. 액정표시장치(LCD)부품 업체로 코스닥 기대주인 우리이티아이는 최근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3%와 37%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틀간 반짝 상승세를 보인 후 연속 하락 중이다. 건설·은행주에는 강력한 호재로 꼽히는 연이은 금리 인하도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와 기업 부실화 이슈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은 "재료가 뉴스로 확정되면 반대(소멸)효과가 나타나긴 하지만 최근에는 기대했던 만큼 주가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며 "호재와 악재를 도식적으로 판단하고 단기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