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페퍼 교수의 지혜경영 / 제프리 페퍼 지음 / 이재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제프리 페퍼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는 인적자원 관리에 관한 한 믿을 수 있는 구루 중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조언은 사람 중심의 철학과 전략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 속에서 '진짜 작동하는 현장 법칙'을 발견하려고 애써왔다.

산업사회의 논리는 '노동 시간=노동 산출량' 이라는 등식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노동의 내용이 혁신과 창조적 콘텐츠로 상당 부분 이동한 지금은 달라졌다.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은 산업국가 중에서 중위권에 불과하지만 국민 1인당 건강관리 비용은 1위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유럽 기업들은 미국 기업에 비해 엄청난 휴가와 근로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상용 비행기 분야에서 에어버스는 미국의 보잉사보다 매출 실적이 높다. 그러나 그들은 한 달간의 여름 휴가를 즐긴다. 노키아는 여름 휴가가 어느 곳보다 긴 나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다.

페퍼는 <제프리 페퍼 교수의 지혜경영>에서 '휴가가 긺에도 불구하고 유럽기업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근무 시간이 짧을수록 사람들은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보다 '무엇을'에 집중하여 더 현명한 판단에 이른다.

혁신과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생각하는 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힘은 이완과 휴식을 필요로 한다. 직원을 일에 묶어두면 필연적으로 성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산업시대의 법칙은 수정돼야 한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인센티브제도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인센티브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 제도가 너무 잘 먹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에게 인센티브 제도를 실행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취지는 학생을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이 잘 배웠다는 것은 무엇으로 측정될까? 가장 흔한 답은 표준화된 시험점수다. 결국 선생은 학생의 시험점수에 따라 보상 받는다. 성적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전에 시험 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결국 성적향상에 대한 인센티브가 클수록 교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험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쓰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를 바꾸고 직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고,지식과 기술을 심화시키고,효율적으로 일하고 의사소통법을 익히게 하는 것보다는 급여시스템이나 금전 보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훨씬 간단하고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하면 좋은까? 맨즈웨어하우스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짐머의 입을 통해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인센티브는 눈에 띨 만큼은 커야 한다,직원들이 서로 성공을 축하하고 인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그러나 직원의 행동을 왜곡할 만큼 커서는 곤란하다,미리 직원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라.'

이 책은 이런 의미있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비즈니스 세계를 늘 괴롭혀 온 각종 고민들을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조언을 얻어 낼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꼭 읽어 보아야 할 '바로 그 책(it boo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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