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와트‥밀림속에서 방긋 웃는 '웅장한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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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는 없다. 영원토록 막강한 부와 권력을 대대손손 물려줄 것 같지만 어떤 위대한 왕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 남아있는 그들의 흔적들은 그래서 서글프다. 한 때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했을 법한 곳에 이끼와 넝쿨이 가득한 것을 보면 역사의 냉정함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것이 유적을 방문하는 여행객들만이 맛볼 수 있는 묘미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 유적은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거대한 역사적 석조건축물로 유명한 곳이다. 화려한 왕조를 이룬 크메르족이 세운 앙코르 제국의 문화유산이다. 그 조각과 부조들의 정교함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결코 흉내내지 못하는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
■웅장한 역사의 현장,앙코르와트
시엠립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5㎞ 달리면 앙코르 유적지의 중심이 되는 앙코르와트에 도착한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 중 개별 사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원이 동쪽을 향하는 데 반해,앙코르와트는 서쪽을 향해 있다. 태양과 달이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주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죽은 자의 머리를 서쪽에 두는 크메르 인의 풍습으로 미뤄보아,강력한 왕권을 지녔던 수르야바르만 2세의 무덤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최고 매력은 이곳을 둘러싼 해자와 벽에 새겨진 정교한 부조다. 태고의 고요함을 담아 잔잔히 흔들리는 해자는 세속에서 신들의 땅으로 넘어오는 경계선인 듯하다. 벽면에 섬세한 손길로 새겨진 부조는 앙코르 예술품 중에 단연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주로 힌두교 신화를 주제로 하여 그려져 있다.
단 이곳 풍경에 홀려 앙코르와트의 중앙 탑을 무작정 오르지는 말자.경사가 무려 70도나 되는 계단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계단에 오르면 앙코르와트가 한 눈에 들어오는 기쁨을 맛보긴 하지만 중간에서 움직이지 못해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도 꽤 많다.
■크고 위대한 도시,앙코르 톰
앙코르와트로부터 북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앙코르 톰은 '커다란 도시,위대한 도시'란 의미를 지닌다. 과거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대도시였으나,15세기부터 급격하게 쇠퇴했다. 앙코르 톰은 1050년에서 1066년 사이 유다야디티아바르만 2세에 의해 축조되기 시작해 크메르 시대의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완공됐다.
이 고도는 고대 인도의 2대 서사시 중 하나인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우주를 본떠 만들어졌다.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총 5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복구가 잘 돼 있는 곳은 남문.입구엔 성문을 기준으로 왼쪽이 악마를 뜻하고,오른쪽이 신을 뜻하는 총 108개의 동상들이 늘어서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동서남북 각각 3㎞ 길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안에 왕궁과 수많은 사원이 들어서 있다.
앙코르 톰 중심에 위치한 바이욘 사원은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가 아름다운 관세음보살상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이는 돌을 깎아 조각한 것이 아닌 바위를 모아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게 한다. 4개의 부조 가운데 가장 온화한 미소를 짓는 아발로키테큐바라상은 세상 모든 중생의 아픔을 듣고 자비를 구해준다는 관세음보살이다.
바이욘 사원을 지나 시야가 탁 트인 광장이 보이는데 이곳이 코끼리 테라스다. 외벽에 코끼리를 형상한 부조물과 머리 셋 달린 코끼리가 코로 연꽃을 모으는 조각이 볼만하다. 실제 코끼리 크기와 비슷한 점도 재미있다.
타프롬 사원은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건물들 사이로 비집고 나온 거대한 나무 뿌리들이 거인의 손가락이 돼 사원을 감싸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