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모씨(33)는 최근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카드를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카드 사용에 불편한 점이나 불만 사항이 있느냐"며 지금 쓰고 있는 카드보다 혜택이 많은 새로운 카드를 연회비 없이 발급해 주겠다고 물고 늘어졌다. 최씨는 처음에는 '카드 해지도 맘대로 못하냐'며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평소 별로 쓰지 않던 카드지만 연회비도 없다는데 새 카드를 발급받아서 나쁠 건 없겠다'고 생각하고 상담원의 말대로 새로운 카드를 신청했다.

최씨의 사례는 평소 잘 안 쓰던 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가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은 경우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부 카드 고객들 사이에서는 '해지신공(神功)'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통용되고 있는 재테크 수법이다.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해 카드를 해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연회비 면제,포인트 적립 등 갖가지 혜택을 얻어내는 것이다. 평소 아무리 카드를 많이 써도 1년에 1만점 쌓기가 힘들던 포인트가 해지신공 한 번으로 3만점씩 쌓이기도 한다.

금융감독당국의 지도에 따라 초년도 연회비는 반드시 내야 한다는 것도 해지신공의 세계에서는 거짓말.해지하겠다는 한마디에 '연회비 면제' 카드를 꺼내드는 상담원이 많다. 최씨의 사례처럼 기존 카드보다 할인 등의 부가 서비스가 많은 카드를 연회비 없이 발급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해지신공이 가능한 것은 카드사들이 기존 고객을 가급적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비용 등을 따졌을 때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이들이 카드를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지신공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해지를 위해 콜센터에 전화한 회원의 30~40%는 상담원의 끈질긴 설득을 못 이기고 그냥 회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해지신공이 성공할 확률이 30~40% 수준이라는 얘기가 된다. 기어이 해지를 하는 나머지 60~70% 중 다수는 해지신공이 아닌 진짜 해지가 목적이었을 거라고 보면 실제 해지신공의 성공률은 50% 이상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해지신공을 노리고 전화를 했다가 정말로 해지가 돼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상담원과 꽤 오래 통화를 했는데도 연회비 면제나 포인트 적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안 꺼내고 단순히 해지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려야 한다. 평소 많이 사용하는 카드를 해지하겠다고 하면 해지신공의 확률은 보다 높아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량 고객일수록 카드사들이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해지를 하고 싶은데 상담원이 순순히 해지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일단 분실신고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 다음 갖고 있던 카드를 잘라서 버리고 새 카드를 신청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몇 달에 한 번씩 카드사 측에서 재발급을 하겠냐는 전화를 걸어오는데 이때 해지를 하겠다고 하면 쉽게 해지할 수 있다. 단,카드를 해지해도 카드사는 고객 정보를 계속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보를 남겨놓지 않으려면 해지가 아닌 탈회 신청을 해야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