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지인들과 가진 골프경기에서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기록했다. 에이지 슈트란 18홀 골프경기에서 본인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70세가 넘은 노년층이 세우기 힘든 기록이다.
㈜LG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지난 11일 능성 구씨 대종회 멤버들과 가진 곤지암CC 골프경기에서 84타를 기록했다.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올해 84세로 에이지 슈트를 기록한 셈이다.
구 명예회장의 평소 실력은 90대 후반대였으나 지난 11일 시합에서 평소보다 10타 이상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LG 관계자는 "구 명예회장은 11일 경기에서 아이언샷이 잘 맞아 파 8개를 기록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며 "평소에 비해 활력이 넘쳤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시합 당시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최근 선물한 클럽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LG 관계자들은 장남의 효심이 '에이지 슈트'로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1월 구 명예회장과 66년을 해로했던 모친 하정임 여사가 세상을 떠난 후 부친에게 한층 더 정성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 회장은 지난 5월 구 명예회장의 84번째 생일잔치를 직계가족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공휴일인 어린이날에 맞춰 치르는 등 부모에 대한 효와 형제 간의 우애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회장에 이어 LG그룹을 이끌어온 2세대 경영인으로 199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는 1주일에 한 번 대종회 멤버나 퇴직임원들과 라운딩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평소에는 충남 천안에 있는 농장에서 버섯을 재배하고 된장과 청국장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자연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이 만든 된장과 청국장은 LG트윈타워 지하 매장에서 판매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