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최근 국내 시중은행을 직접 방문해 경영실적과 자본 및 여신건전성에 대해 집중 조사,은행들이 향후 신용전망에 대한 변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3·4분기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데다 자기자본비율 등도 하락,자칫 신용등급 자체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은행,신용등급까지 영향받나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12일 신한과 우리,하나은행에 이어 이날 국민은행에 대한 방문 조사를 벌였다. 무디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최근 발표된 각 은행의 3분기 경영실적과 원화 및 외화 유동성 비율,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현황 등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한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디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달 중 내부 위원회를 소집,신용 전망의 변경 여부를 결정·통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힌 시중은행의 재무기획 담당자는 "무디스가 당장 신용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전망을 '부정적(Negetive)'으로 바꿀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S&P와 피치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시중은행에 대한 방문 조사 후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부진한 경영실적을 내놓은 데다 자기자본비율 등 핵심 경영지표도 악화되고 있어 부담이 크다"며 "자칫 내년 상반기 중 신용등급 자체가 하락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적 좋은데 美·유럽보다 2단계 낮아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국내 은행의 올해 실적과 경영지표가 미국,유럽 은행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은 두 단계가량 낮게 평가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씨티는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신용등급은 AA-(피치 기준)로 A+인 국민은행보다 한 단계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NIM·자기자본비율·ROA·ROE 등 모든 경영지표가 신한은행보다 낮지만 신용등급은 각각 AA-와 A로 두 단계나 높다. 특히 신한은행은 HSBC보다 모든 경영지표가 뛰어나지만 신용등급은 세 단계나 낮게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가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적자를 낸 미국과 유럽계 은행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도 자체 신용평가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 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현재로선 개별 은행들이 신용평가사의 실사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신용등급 방어에 주력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