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가 자신있게 내놓은 고성능 스포츠세단 랜서 에볼루션은 '란에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10세대로 진화한 랜서 에볼루션에 올랐다.

전면부는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와 같았다. 전면의 인터쿨러(흡입한 공기를 냉각하는 과급기)가 그랬다.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번호판을 오른쪽으로 밀어낸 게 이색적이다. 흡입할 수 있는 공기의 양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차 뒤쪽의 커다란 스포일러(양력 발생을 줄여주는 일종의 날개)는 랜서 에볼루션의 상징과 같다. 리어 스포일러 덕분에 차가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다만 룸미러를 통해 뒤쪽을 바라볼 때 리어 스포일러가 시야를 일부 가리는 점이 아쉬웠다.

고성능 차량답게 실내 오디오 시스템은 락포드 제품으로 설치됐다. 6 CD체인저가 내장됐다. 트렁크에는 중저음 대역 전용의 서브 우퍼도 장착됐다. 스피커가 곳곳에 많이 달려 생생한 음감을 즐길 수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버킷 시트였다. 운전자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시동키를 돌리니 저음의 배기음이 귓가를 때렸다. 낮게 깔리는 엔진 배기음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보통(normal),스포츠(sports) 등으로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박진감있는 주행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를 유지하는 게 좋다. 슈퍼 스포츠 기능(S-sports) 모드도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레버를 3초 이상 잡고 있으면 전환된다. 엔진 회전수를 6000rpm 안팎으로 유지시켜준다.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는데,기어박스와 패들시프트를 통해 완벽한 수동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2000㏄ 엔진에서 어떻게 이처럼 강력한 힘이 발휘될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앞으로 바로 치고 나가는 순발력이 대단했다. 고속에서 코너를 돌 때도 여유가 있었다. 4륜구동형이어서 안정감있게 바퀴를 잡아줬다.

다만 주행 중 노면 소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점은 불만이었다. 경주용 모델인 탓에 인테리어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첨단기능이 별로 없는 투박한 형태였다. 심지어 내비게이션도 내장형이 아니었다. 연비는 랜서 에볼루션의 아킬레스건이다. 공인 연비가 ℓ당 8.1㎞이지만,실주행 연비는 5~6㎞ 선에 불과하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