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수준이 높아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전문직조차 돈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금융채무불이행자 수준인 '신용 10등급'만 아니면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의사나 변호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출을 허용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신용 7~9등급'인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고소득 전문직 대출조차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전문직 대출을 줄여 확보한 재원을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최근들어 신용등급이 낮은 의사나 변호사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의사나 변호사에게는 금리를 높여 대출해줬으나 최근에는 신용이 좋지 않을 경우 거의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전문직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필요할 경우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