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 막을 특효약" vs "야당 무력화위한 꼼수"

한나라당이 '무노동 무임금'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국회의원의 '무노 무임 법제화'가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거리로 떠올랐다.

일하는 국회상 정립 차원의 무노 무임 도입이라는 원론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입장 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무노 무임과 함께 법안 자동상정,국회 의장석 점거 금지 등을 도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실력저지 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대립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2일 "그동안 국회 공전과 의장석 점거 사태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며 "이제는 '일하는 국회,효율적인 국회'를 위해 정치권 스스로가 원칙을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다른 곳에서는 무노동 무임금 하라면서 국회만 이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게 비난을 받는 가장 큰 문제"라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을 막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몸싸움이나 단상 점거가 없도록 국회의장이 독자적으로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의 출석정지나 권한정지를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 원구성을 못하거나 국회의원이 구속 또는 국회 윤리위로부터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세비지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국회법 개정안에 회의 결석 횟수만큼 세비 삭감과 법안 발의 1개월 후 상임위 자동 상정,의장석 무단 점거로 징계를 받으면 세비 절반 삭감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은 이런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무노 무임에 반대하지는 않는다지만 속내는 다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소수 야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공룡 여당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아주 정략적인 법안"이라며 "야당의 장외투쟁이나 국회 보이콧 등을 원천적으로 막아 각종 쟁점 법안 처리와 국회 운영 등에서 여당의 의지대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도 "야당과 협의가 안 돼 국회를 열지 못할 경우 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 "우선 상시국회를 도입한 뒤 무노 무임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노 무임 왜 나왔나


당리당략에 따라 제때 국회문조차 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장 18대 국회는 촛불시위에 따른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83일 만에 가까스로 원구성에 성공했다.

비단 18대뿐만이 아니다. 최장기간 공전 기록은 1992년 14대 국회다. 지방자치선거 실시 시기를 놓고 대립해 원구성까지만 126일이 걸렸다. 지금은 유명무실화됐지만 국회의장단은 국회의원 임기 시작 후 7일 이내에,상임위원장은 그 후 3일 이내에 선출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도 당시 비판여론에 밀려서다.

국회 중간에 파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15대 국회는 검ㆍ경 중립화 문제와 총선 공정성 시비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공전일수가 무려 256일에 달하는 불명예를 남겼다. 17대 국회에서도 한나라당이 정기국회가 한창이던 2005년 12월부터 사학법투쟁으로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100일 가까이 등원을 거부한 바 있다. 적게는 한 달에서 많게는 8개월을 일도 안 하면서 세비를 탄 셈이다. 그러니 "일도 안 하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챙긴다"는 비판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무노 무임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