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참조기) 중에 영광굴비를 최고로 친다. 백화점,대형마트에서 파는 굴비는 대개 전남 '영광'이나 '법성포'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 많은 영광굴비를 모두 영광에서 잡은 것일까.

참조기가 굴비로 불리게 된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17대 인종 때 이자겸이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하고 영광으로 유배를 갔다. 이자겸이 그곳에서 맛본 참조기를 왕에게 보내며 '정주(법성포의 옛이름)에서 굴하지 않겠다'는 뜻의 '정주굴비(靜州屈非)'라는 글을 함께 보내 굴비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러나 요즘 영광굴비는 인종이 맛본 것과는 다르다. 영광 법성포 칠산도 앞바다에서 잡은 참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광에선 10년 전부터 참조기가 잡히지 않는다. 영광굴비 선물세트(20마리)가 20만원을 넘는 것도 이처럼 귀해진 탓이다.

시중 참조기는 대부분 추자도와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에서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영광굴비라 부르는 것은 다른 곳에서 잡았어도 영광에서 가공하면 영광굴비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광의 기후조건이 굴비 가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굴비는 참조기를 염장한 뒤 엮어 법성포의 해풍에 말린 후 급속 냉동시킨다.

권도형 롯데마트 수산팀 상품기획자(MD)는 "영광 법성포는 영양 염류가 풍부한 칠산도 앞바다와 인접해 습도가 낮에는 45%,밤에는 95% 이상씩 5~6시간 지속된다"며 "낮에는 건조하고 밤에는 숙성되는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