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들 "경찰조사 묵비권 행사하겠다"
"화투판 벌이지 않았다" 해명

서울 종로경찰서는 조계사에서 장기농성을 벌이다 잠적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수배자 중 5명을 6일 오전 1시 45분께 강원 동해시 묵호동 한 호텔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에 검거된 수배자는 박원석(38)·한용진(44)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성균(30) 미친소 닷넷 대표, 김동규(34) 진보연대 정책국장, 권혜진(35)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0시 38분께 박씨 등 수배자들이 동해시 묵호동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수사팀을 보내 3층과 4층에 있던 수배자 4명을 붙잡았으며 앞서 혼자 호텔을 잠시 빠져나왔던 나머지 1명도 검거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수배자들이 조계사 밖으로 달아난 뒤 폐쇄회로TV와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소재를 추적해오다 5일 오후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5월 24일부터 6월 하순까지 매일 밤 종로와 세종로, 태평로 등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 폭력시위를 전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불법집회로 5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부상을 당하고 경찰차량 171대 등 총 1천여점의 경찰장비가 파손돼 9억2천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전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검거된 뒤 종로서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접견을 마친 박씨는 조사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찍 잡혀서 죄송하다"고 밝혔고 한씨도 "수사과정에서 당당하게 밝히겠다"며 촛불집회 정당성에 대한 확신에 찬 모습을 나타냈다.

수배자들을 면담했던 민변 소속 변호사 3명은 "수배자들은 경찰 차원의 수사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재판과정에서 정당성을 밝히겠다고 했다"면서 "본인들은 촛불집회에 대해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변호사는 "원래 3일에 대책회의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장소 등 정보가 드러나 하지 못했고 5일에도 다시 하려 했지만 미국 대선때문에 못했다"며 "이들은 논의를 하기 위해서 한 곳에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거 당시에 화투를 하고 술을 마셨다는 얘기가 있는데 남자 5명이 모이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술을 산 것이며 화투는 방안 옆에 둔 상태였다"며 검거 당시 화투판을 벌였다는 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이날 검거된 5명 외에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현재 수배 중인 사람은 김광일(34) 다함께 운영위원과 오종렬(70) 진보연대 공동대표, 주제준(38) 진보연대 사무처장, 이석행(50) 민주노총 위원장 등 4명으로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