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예고된 위기, 도전적으로 극복을

기업이 앞장서 재도약 준비해야

막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지만 공포가 휩쓸고 간 지난 10월의 상처는 처참하다. 한 달동안 주식시장에서 허공으로 날아간 돈은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이르는 190조원을 넘고,코스피지수는 1439.67에서 1113.06으로 주저앉았다. 체념에 빠졌던 10월27일 코스피지수 900선이 무너졌을 때는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을 뿐,악몽의 끝은 멀었고 갈길 또한 아득하다.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아직 진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어디서 다시 문제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위기의 전개 과정을 보면 그렇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여름만 해도 미국 정부는 부실규모가 기껏해야 1000억달러 정도라고 했다가 금세 3000억달러로 커졌고 몇 달 안에 해결된다고 했다. 프레디맥,패니메이 사태가 터지면서 부실은 7000억달러로 늘었고,그것도 모자라 1조~2조달러를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빚으로 만든 파생상품을 다단계로 세계 곳곳에 팔아 넘긴 미국부터가 부실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몰라 오락가락하는 마당이니,이번 금융위기에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닥달하는 것도 무리다.

급한 불은 껐지만 또다시 다들 금융위기의 후폭풍인 글로벌 실물경제 위축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모든 전망은 잿빛 일색이고,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경제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성장둔화,수출부진,소비위축,고용감소 등 기업과 가계에 몰아닥칠 한파가 실로 두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실물경기 후퇴는 이미 예고된 위기라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희망의 씨앗을 찾아 제대로 키워낸다면 위기를 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유리한 흐름이 없지 않다. 외화유동성의 문제가 해소되면서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고환율,특히 원·엔환율의 고공행진은 우리에게 분명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당장 부품 소재의 수입비용이 급증하는 충격은 있지만,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둘도 없는 호기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조선 철강 말고도 튼튼한 우리 제조업은 수없이 많다. 그동안 과분하게 높아졌던 원화가치를 믿고 해외 골프여행이다,유학·연수다 하며 한 해에 몇백억달러씩 내다 뿌리면서 경상적자를 키웠던 해외 과소비 열풍도 식는 기미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급격한 성장둔화는 분명 '차이나리스크'이지만 비관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결국 내수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장확대의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보다 앞선 기술로 일본보다 훨씬 싼값에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면,새로운 수요창출을 통해 중국을 우리의 제2 내수시장으로 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아직 불안하지만 국제유가 하락 또한 확실히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우리가 석유를 들여오기 위해 쓰는 돈은 전체 수입액의 20%나 된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675억달러로 무역적자의 최대 요인이다.

그러니 위기의 두려움을 희망으로 극복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위기를 어떻게든 넘기기만 하면 기회는 눈앞에 있고 다시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움츠러들기만 하다가는 그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의 선봉(先鋒)은 역시 기업들의 몫이다. 마침 이번 주(10월30일~11월9일)는 기업의 투자의욕과 기업가의 창의성·도전의식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경제5단체가 제정한 첫'기업가정신 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