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과도한 환헤지…손실 눈덩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역외펀드가 주가 하락에다 국내 판매회사의 과잉 환헤지로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여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역외펀드의 평균 손실률이 50%를 넘는 상태에서 환헤지용 선물환거래의 손실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상당수 펀드는 환매해도 사실상 원금을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역외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만든 해외 펀드와 달리 피델리티 메릴린치 등 외국 업체들이 만들어 운용하는 펀드다. 주로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난해 10월 들여와 대량 팔았기 때문에 선물환거래 1년 만기가 돌아온 지금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역외펀드는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대부분 '반토막' 이상 손실이 난 데다 원화 가치 급락에 따른 선물환거래의 손실까지 겹쳐 투자 원금이 20% 밑으로 급감한 상태다. 이 때문에 손실률이 60%를 넘은 펀드는 환헤지 손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깡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만달러를 투자해 60% 이상 손실을 입은 경우 원화 기준 자산은 현재 환율과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5000만원을 밑돌아 선물환계약 부분의 손실(약 5000만원)마저 충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깡통펀드'가 나온 원인은 주가 하락에 따른 펀드 자산의 축소를 고려하지 못한 국내 판매회사들의 과도한 환헤지(오버 헤지) 때문이다. 주가가 50% 이상 하락해 펀드 자산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회사들이 초기 자산의 100%만큼 과도한 환헤지에 나선 결과다. 역외펀드의 운용은 외국 회사가 맡으며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이지만,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회사가 투자자와 별개의 환헤지 계약을 맺는 바람에 펀드 자산 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역외펀드 판매 규모가 큰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부행장을 반장으로 하는 '역외펀드 전담대책반'을 구성한 상태다. 금융감독 당국도 역외펀드 불완전 판매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