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신수진·홍수인씨 "조종은 섬세한 여성에 적격"

국내 민간 항공기 도입 6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기장 2명이 탄생했다. 대한항공 신수진(39),홍수인(36) 기장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두 기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가 지난 3일 실시한 자격 심사에 최종 합격해 B737 항공기 기장 자격을 획득했다. 이들은 4일 첫 여성 항공기 기장이 된 소감에 대해 "고객의 안전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앞선다"면서도 "힘든 교육 과정이 끝나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장으로서 첫 비행으로 국내선과 중국,동남아 등 중.단거리 코스를 운항하게 된다.

기장은 운항 준비부터 착륙에 이르기까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엄격하다. 먼저 중소형기 부조종사로 5년 이상 일해야 한다. 또 최소 400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춰야 하고 기장으로부터 위임받아 실시하는 착륙 횟수가 350회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한 두 여성 기장은 지난 5월 말부터 5개월 동안 지상학술훈련,모의비행훈련 등 기장 승격 훈련 과정을 마치고 자격심사를 통과했다.


최초의 여성 기장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의 비행기 사랑은 남다르다. 신 기장은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지만 1993년 미국에서 경비행기 조종 면허를 취득하면서 민항기 조종사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다. 1996년 대한항공에 입사했고 이듬해 소형 항공기인 MD-82의 첫 여성 부기장이 됐다. 2001년에는 보잉기인 B747-400의 부기장으로 승격했다. 신 기장은 총 4483시간의 비행경력을 보유 중이다.

어려서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홍 기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항공대에 응시했지만 당시 항공운항과에는 남자만 입학할 수 있어 통신공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1995년 삼성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다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자가용 비행기 면허시험을 준비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이 조종사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홍 기장의 비행경력은 총 5533시간에 이른다.

여섯 살짜리 딸의 엄마이기도 한 신 기장은 항공기 기장을 희망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조종사는 화려한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말 힘들고 외로운 과정들이 많아 인내심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유럽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여성 조종사가 배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 기장도 "항공 조종은 섬세하고 꼼꼼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한 면이 많다"며 "그러나 어느 직업보다 많은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이니 만큼 힘들 때 참아낼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민간 항공사에 여성 조종사는 두 사람을 포함해 대한항공에 4명,아시아나항공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씨와 홍씨를 제외한 6명은 모두 부기장이다. 기장은 연봉 1억1000만원 이상에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