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콘버그(61)는 미국 스탠퍼드대 생화학 교수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는 1967년 하버드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잠시 근무한 뒤 하버드대 생화학과 교수로 있다가 스탠퍼드대로 옮겼다. 그는 200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1959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아버지 아서 콘버그에 이어 부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DNA의 복제 과정을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아들인 로저는 생명체 유전정보를 DNA에서 RNA(리보핵산)로 전달하는 전사(轉寫) 과정을 밝혀냈다.

지금도 그는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람의 질병은 유전자 등 생명체 안에 있는 고분자가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콘버그 교수의 연구는 질병 극복을 위한 생체 고분자 연구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학계는 물론 질병 극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산업계에서도 그의 연구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국응용생명화학회(회장 이인구 경북대 교수)는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노벨상 수상자인 콘버그 교수를 초청,'생체고분자의 구조와 기능'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오는 18일 건국대 법학전문도서관 5층 강당에서 열리는 노벨상 수상자 초청 심포지엄에서는 콘버그 교수 외에도 생명화학 분야 세계적인 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핵자기공명분광법을 이용해 생체고분자 연구를 수행해온 KAIST의 최병석 교수,X선결정학을 이용해 생체고분자 연구를 해온 서울대 이상기 교수,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세포분자생물학을 연구 중인 이경상 박사가 발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의 산업성장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 들어 정부는 생명화학 부문을 신성장동력의 한 분야로 선정했다. 특히 바이오 신약 및 의료 등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분야를 새로운 성장 분야로 설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들도 생명화학 분야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열리는 심포지엄은 생명화학 관련 중소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브루커바이오스핀코리아 베리안코리아 배상면주가와 농림수산식품부 바이오그린21사업단미래연구단 등에서 후원한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응용생명화학회는 1960년에 창립됐으며 16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인 한국응용생명화학회지(JKSABC)는 지난 9월부터 미국의 유명 학술지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에 실리고 있어 한국 생명화학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생명화학회지는 생체고분자를 비롯해 식물자원,첨단 식품가공,식물 추출물의 의학적 효과 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게재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건국대 BK21응용생명공학사업단(단장 김융호 건국대 교수)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건국대 특성화학부 교수들로 이뤄진 이 사업단은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의 두뇌한국21사업 선정 이후 2007년과 2008년 평가에서 응용생명공학 분야 전국 1위를 연이어 차지했다. 콘버그 교수는 지난해부터 건국대 석학교수로도 재직 중이며 건국대 글로벌실험실을 강린우 교수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콘버그 교수는 "현재 건국대에서 연구 중인 분야는 단백질의 구조와 유전자 규칙과 관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는 물론 산업계와 인류 전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와의 공동 연구는 각 연구실에서 맡는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 정보와 인력까지 교류하는 협력 관계를 통해 연구가 진행된다.

콘버그 교수는 DNA에서 RNA가 합성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왔다. 줄기세포를 신경세포 등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킬 때도 콘버그 교수의 업적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들려면 그와 관련한 단백질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RNA 전사 과정을 모르면 이를 조절할 수 없다. 전사 과정을 정교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신경세포를 만들려던 것이 근육세포 등 엉뚱한 세포로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명화학연구 분야에서 콘버그 교수의 연구가 갈수록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간 유전자를 2001년에 해독한 이후 생명공학 분야 학자들과 기업들의 관심은 인간의 질병을 정복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인간의 질병은 유전자를 비롯한 생명체 내의 고분자가 주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체고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 및 의료 분야 기업들도 생체고분자 연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힘을 합쳐 사람의 질병을 극복하는 생명화학 분야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때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