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예.대금리 일제히 인하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및 은행채 매입,금융감독 당국의 원화 유동성 비율 완화 등 고강도 조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대형 호재가 가세하면서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은행들은 곳간이 채워지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31일 단기 자금시장에서 91일물 CD 2100억원어치를 전날 금리보다 0.11%포인트 낮은 연 5.95%에 발행했으며 국민은행이 내놓은 91일물 CD 1500억원어치도 연 5.98%에 모두 팔렸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2006년 4월 만기인 우리은행채가 연 7.74%에 거래됐으며 내년 5월 만기 국민은행채는 연 7.49%에 매매됐다. 또 국민연금에 이어 우정사업본부도 시중은행채 500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등 은행채 편입을 시작했다.

임찬익 한화증권 상무는 "이제 은행의 원화 유동성 문제는 최악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에서는 현재 은행채와 국고채의 금리차가 300bp(1bp=0.01%포인트)를 웃도는 만큼 은행채 금리가 100~200bp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양동호 국민은행 자금부장도 "원화 유동성 비율이 완화되면서 은행채 발행 부담을 크게 덜었다"며 "이제 자금조달 수단을 은행채 예금 CD 등으로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외화자금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외화 차입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스프레드의 경우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 초 800bp를 웃돌다 31일에는 500bp 초반으로 300bp 이상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7개 국내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해제했다.

은행들은 다음 주부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외환.기업은행은 11월3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0.75%포인트 내린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금리가 외환은행은 연 6.8%,국민은행은 연 6.9%로 다시 6%대로 하락한다. 우리.신한은행은 11월3일부터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번주 대비 0.1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