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저금리 시대 재테크 패턴은…

은행 특판예금·채권·부동산 등으로 패러다임 시프트

경기 침체와 함께 금리가 낮아지는 현 상황은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 2001년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6%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자소득세와 4%대였던 당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률은 1%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은행예금으로 만족하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은 금융권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자금으로 아파트 등을 매입해 시세차익이나 임대수익을 올리는 게 주된 재테크 방법이었다. 펀드 시장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인 데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다른 투자대안을 찾지 못한 탓도 있다. 이동희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지점장은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거액 자산가들조차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 특판예금이나 위험이 별로 없는 채권, 부동산 등을 주된 부의 축적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장기 호황을 보이고 2004년 이후 적립식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사정은 조금 달라졌다.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부동산과 함께 펀드 및 주식관련 상품들이 대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2005년 204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펀드시장 규모는 현재 3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만 80조원에 달한다. 해외 주식형펀드(57조원)와 파생상품펀드(400억원),머니마켓펀드(77조원)를 더한 전체 펀드 설정액은 140조원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이번 국면에서는 펀드를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이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보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빠른 시일 내에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적정 수익률은 연 8%가량"이라면서 "세전으로 따질 경우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는 단기적으로 금리가 높아진 채권이나 펀드 정도"라고 지적했다. 문남식 대신증권 금융상품투자전략실 이사는 "채권뿐 아니라 금이나 외환, 광물 등 금융상품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남아있는 데다 이번 금융위기로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종합자산관리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