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도 잇달아 외화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채권 발행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기존 거래관계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외화 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기업,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조달한 외화는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사모 변동금리부 형태의 외화채권을 발행,45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발행 금리는 연 리보+3.50%포인트 수준이며 만기는 2년이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2500만달러의 5년만기 사모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또 이탈리아계 은행으로부터 1년짜리 7000만달러를 연 리보+1.5%포인트의 금리를 주는 조건으로 차입키로 하는 등 최근 2주 동안 모두 1억4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이들 계약은 모두 정부의 지급보증없이 이뤄진 것으로 우리은행과의 기존 거래관계와 신용도를 감안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들어 유럽 및 아시아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1억8500만달러를 차입한 데 이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도 120억엔과 50억엔을 각각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또 유럽과 미국계 은행 10곳과도 유사시 달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을 확보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커미티드 라인은 일종의 미사용 한도 대출로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다"면서 "연말까지 외화 유동성비율을 유지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이 캐나다 은행과 6000만달러를 1년간 차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보증 방침 이전에 협상을 해왔다"며 "외화차입금 상환과 외화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도 최근 1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달러화 채권발행에 성공했으며 기업은행도 해외채권 발행을 통해 8500만달러,벨기에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1억4000만달러를 각각 조달하는 등 지난달 이후에만 2억2500만달러를 확보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BII 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2억8000만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뉴욕지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CP) 직접매입 적격 금융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외화조달 사정이 최악의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 중장기 조달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급보증과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중국과 일본계 은행들의 부분적인 자금회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외화자금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기업들의 수출환어음 네고도 정상적으로 받아주면서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