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8‥(9) 인재가 미래다 <끝>] 외국인 HR 임원들의 조언 "위험한 발상.무모한 도전이 칭찬받는 환경 만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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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적 인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조직도 뜯어고치고 외부 인재도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 SK그룹이 글로벌 인재관리(GTM) 담당 임원으로 영입한 린다 마이어스씨와 LG전자가 최고인사책임자(CHO)로 스카우트한 레지날드 불 부사장은 주목을 끈다. 마이어스 상무가 한국에서 일한 것은 지난 1월부터.불 부사장도 지난 7월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은 한국 기업의 인재관리 시스템에 대해 느낀 점도 많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 인재관리 시스템에 안주하기보다 글로벌 인재관리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인재관리 기준은 항상 변하는 만큼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젊은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공서열식 인재관리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리스크(위험)를 보다 많이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회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게 이들의 권고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가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인데.
"글로벌 인재 발굴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전 직장이었던 유니레버에서는 30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를 찾아왔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자국의 직원들을 파견하는 편이 효율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일단 해외 조직이 설치되면 현지인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같은 역할을 현지인 직원에게 맡기면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
―LG에서 일한 지 4개월이 됐다. 한국 기업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장점이 많다.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효율적인 시스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 밖에서도 한국식 시스템이 통할지는 의문스럽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과제 중 하나는 자국에서 효과적이던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잊어버리고 다른 곳에서 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
―인사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외부 인재와 일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힘든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비결은 그런 불편함을 극복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뛰어들어서 대화하고 서로 질문하며 문제와 오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일본 등 비(非) 영어권 국가 기업의 직원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한국인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새로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좋든 싫든 국제 비즈니스 언어는 영어다. LG전자의 남용 부회장이 '영어 공용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
―능력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오랜 기간 붙잡아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기업들은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고 급여를 올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재의 이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인재의 방출과 수혈에 좀 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내부 인재를 교육시키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은가.
"내부 인재를 교육시켜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교육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내부 인재들은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신선한 생각을 하기 힘들다. 평가 기준도 전통적인 기업 기준에 맞춰져 있다. 새로운 기준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은 외부 인재의 수혈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도전적인 자세를 갖는 '태도의 문제' 역시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우수한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노하우를 조언한다면.
"일부 고용주들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직원들이 자신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권리'는 어떤 고용주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늘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다. 직원들이 회사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CEO 밑으로 인재들이 모이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앞다투어 선발한 MBA(경영대학원) 출신 인재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한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의 위기를 MBA 출신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현 상황은 과도한 욕심의 결과다. 일부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탐욕이 결합해 금융위기를 낳았다. 인재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재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보다 긴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린다 마이어스 SK그룹 GTM담당 임원
―SK에서 '글로벌 인재관리 부서(GTM.Global Talent Management)'를 새로 만들면서 영입한 만큼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인재관리다. 기업이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동력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가장 적합한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가장 적당한 시기에 찾아 채용하는 데 우선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 채용 및 관리 방안에 대한 글로벌화된 표준안을 만들어 모든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한국서 10개월 동안 일했다. 느낀 점은.
"한국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 중 하나는 매우 협동적이라는 것이다. 협동문화는 직원들을 집중적이고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할 정도로 직장에 얽매이게 하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상명하복식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
―한국 기업이 좀 더 글로벌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국 밖의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고,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SK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식 중 확실히 고수해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환경은 항상 변한다. 세계가 한국 기업에 맞춰주는 게 결코 아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환경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야 한다. "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매출의 50% 이상이 외국에서 발생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이 비즈니스 공용어(현재는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사 브랜드도 코카콜라나 구글처럼 친숙해져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이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IT(정보기술)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근무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을 단일화된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다양하게 채용해야 하며,모든 직원들에게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에선 연공서열식 인사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이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는 높은 효율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특히 젊고 똑똑하며 강한 도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뜻을 펴는 것을 제한한다. 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성과 보상 시스템으로 이동해야 한다. 성과적 보상은 승진이나 급여만 있는 게 아니다. 휴가를 많이 주거나 아이디어를 낼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젊은 직원들이 리스크(위험)를 많이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 조언할 점이 있다면.
"세계적인 헤드헌팅 업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창조적인 핵심 인재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경우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 불안해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 인재들이 아직 수행하지 못하는 직책을 미리 선정한 뒤 외국 인재를 영입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
―창조적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창조성과 혁신은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용기가 없어 수행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하는 것도 창조성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자면 환경이 중요하다. 불행히도 한국의 유교적 환경은 창조성을 억누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어린이들은 외우도록 배운다. 창조적인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하영춘 기자/임대철 인턴 hayoung@hankyung.com
이런 점에서 올해 SK그룹이 글로벌 인재관리(GTM) 담당 임원으로 영입한 린다 마이어스씨와 LG전자가 최고인사책임자(CHO)로 스카우트한 레지날드 불 부사장은 주목을 끈다. 마이어스 상무가 한국에서 일한 것은 지난 1월부터.불 부사장도 지난 7월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은 한국 기업의 인재관리 시스템에 대해 느낀 점도 많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 인재관리 시스템에 안주하기보다 글로벌 인재관리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인재관리 기준은 항상 변하는 만큼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젊은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공서열식 인재관리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리스크(위험)를 보다 많이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회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게 이들의 권고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가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인데.
"글로벌 인재 발굴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전 직장이었던 유니레버에서는 30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를 찾아왔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자국의 직원들을 파견하는 편이 효율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일단 해외 조직이 설치되면 현지인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같은 역할을 현지인 직원에게 맡기면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
―LG에서 일한 지 4개월이 됐다. 한국 기업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장점이 많다.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효율적인 시스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 밖에서도 한국식 시스템이 통할지는 의문스럽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과제 중 하나는 자국에서 효과적이던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잊어버리고 다른 곳에서 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
―인사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외부 인재와 일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힘든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비결은 그런 불편함을 극복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뛰어들어서 대화하고 서로 질문하며 문제와 오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일본 등 비(非) 영어권 국가 기업의 직원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한국인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새로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좋든 싫든 국제 비즈니스 언어는 영어다. LG전자의 남용 부회장이 '영어 공용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
―능력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오랜 기간 붙잡아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기업들은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고 급여를 올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재의 이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인재의 방출과 수혈에 좀 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내부 인재를 교육시키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은가.
"내부 인재를 교육시켜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교육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내부 인재들은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신선한 생각을 하기 힘들다. 평가 기준도 전통적인 기업 기준에 맞춰져 있다. 새로운 기준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은 외부 인재의 수혈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도전적인 자세를 갖는 '태도의 문제' 역시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우수한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노하우를 조언한다면.
"일부 고용주들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직원들이 자신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권리'는 어떤 고용주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늘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다. 직원들이 회사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CEO 밑으로 인재들이 모이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앞다투어 선발한 MBA(경영대학원) 출신 인재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한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의 위기를 MBA 출신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현 상황은 과도한 욕심의 결과다. 일부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탐욕이 결합해 금융위기를 낳았다. 인재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재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보다 긴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린다 마이어스 SK그룹 GTM담당 임원
―SK에서 '글로벌 인재관리 부서(GTM.Global Talent Management)'를 새로 만들면서 영입한 만큼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인재관리다. 기업이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동력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가장 적합한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가장 적당한 시기에 찾아 채용하는 데 우선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 채용 및 관리 방안에 대한 글로벌화된 표준안을 만들어 모든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한국서 10개월 동안 일했다. 느낀 점은.
"한국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 중 하나는 매우 협동적이라는 것이다. 협동문화는 직원들을 집중적이고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할 정도로 직장에 얽매이게 하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상명하복식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
―한국 기업이 좀 더 글로벌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국 밖의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고,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SK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식 중 확실히 고수해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환경은 항상 변한다. 세계가 한국 기업에 맞춰주는 게 결코 아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환경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야 한다. "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매출의 50% 이상이 외국에서 발생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이 비즈니스 공용어(현재는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사 브랜드도 코카콜라나 구글처럼 친숙해져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이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IT(정보기술)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근무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을 단일화된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다양하게 채용해야 하며,모든 직원들에게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에선 연공서열식 인사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이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는 높은 효율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특히 젊고 똑똑하며 강한 도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뜻을 펴는 것을 제한한다. 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성과 보상 시스템으로 이동해야 한다. 성과적 보상은 승진이나 급여만 있는 게 아니다. 휴가를 많이 주거나 아이디어를 낼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젊은 직원들이 리스크(위험)를 많이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 조언할 점이 있다면.
"세계적인 헤드헌팅 업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창조적인 핵심 인재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경우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 불안해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 인재들이 아직 수행하지 못하는 직책을 미리 선정한 뒤 외국 인재를 영입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
―창조적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창조성과 혁신은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용기가 없어 수행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하는 것도 창조성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자면 환경이 중요하다. 불행히도 한국의 유교적 환경은 창조성을 억누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어린이들은 외우도록 배운다. 창조적인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하영춘 기자/임대철 인턴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