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도는 휠볼트 대부분 '비순정'

모조품 범퍼는 1.5t 충격에도 깨져

브레이크 패드 공업용 본드로 붙이기도

서울에 사는 홍 모씨(48)는 2004년 접촉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달려온 견인차를 통해 현장 주변 정비업소에 차를 맡겼다. 홍 씨가 교체한 부품수는 총 26개.차량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느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가 오면 어김없이 트렁크에 물이 고이고 차가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다.

홍씨가 수사를 의뢰한 뒤 드러난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무허가 정비업체가 고무패킹과 드라이브 샤프트(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 등을 교체하면서 모두 중고품이나 재생부품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업체는 부품 값으로 불과 10여만원을 들여놓고 홍씨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정품 가격인 4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2005년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일삼은 S사 등 9개 정비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은 사고 차량이 들어오면 정품업체로부터 새 부품을 공급받은 직후 정품값의 20~30%(도매가격 기준)에 불과한 중고·재생부품을 사용했다. 보험사로부터 부품값이 지급되면 새 제품을 곧바로 반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정비업체와 결탁한 중고·재생품 업체들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운전대나 동력·제동장치까지 닥치는 대로 중고 및 재생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량 진행과 관련되는 등속 조인트와 웜 기어도 중고·재생품을 썼다. 특수접착제를 사용해야 하는 브레이크 패드의 석면부분을 공업용 본드로 붙여 납품하기도 했다. 불량품을 사용해 운행 도중 바퀴가 빠진 사례도 있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운전자가 스스로 중고 및 재생품을 찾는 경우도 있다. '저렴한 가격'만 우선시하는 사고 불감증의 결과다. 이에 따라 안전운전에 대한 인식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품교체 측면에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자동차관리 요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순정부품을 사용해야 불량품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은 평균 3만여개다. 각 부품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부품 하나하나의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순정부품은 완성차를 첫 생산할 때 사용됐던 부품과 동일한 품질 및 설계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해당 차량이 최적상태로 운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사후에도 엄격한 생산관리 및 품질검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 따르면,범퍼의 경우 정품은 3.3t의 무게를 견디는 반면 비정품은 1.5t에도 쉽게 깨져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퍼를 잡아당길 경우 정품은 160% 정도 늘어날 수 있지만,비정품은 겨우 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품질 면에서 정품과 비정품의 성능 차이는 약 4배에 달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휠볼트의 대부분은 유사제품인 비순정 부품이다. 이런 부품을 사용하면 주행 중 바퀴가 통째로 빠져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발생했던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기준에 미달되는 비정품 휠볼트 사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휠볼트는 바퀴와 축을 이어주는 주요 부품으로,비정품을 사용하면 볼트가 일시적으로 부러질 수 있다. 비정품 휠볼트는 강도시험에서 순정품보다 20% 정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검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품질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레이크 패드 역시 꼼꼼하게 신경써야 할 부품이다. 비정품을 사용하면 제동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가짜 전조등도 조명의 산란 현상으로 후방 운전자의 시야를 교란시킬 소지가 있다. 이런 불량품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사고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하나하나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순정부품은 생명부품이란 인식이 확산되는 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