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ㆍ국민銀, 美 FRB CP 매입 대상으로 … 9억弗 확보 가능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뉴욕지점이 외국은행 현지 지점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CP) 직접 매입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산은은 8억3000만달러,국민은행은 5000만달러를 각각 확보할 수 있게 돼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일부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 해외지점들이 외화 자금을 일부나마 확보함에 따라 국내 외환 시장의 유동성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현지시간) 산은과 국민은행 뉴욕지점은 지난 주말 FRB로부터 CP 매입 적격 금융회사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외국계 지점이 FRB의 CP 매입 대상에 선정된 것은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FRB에 신용경색으로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금융사의 현황을 자세히 전달한 뒤 지원을 요청한 덕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달러 차입길이 막혀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하루짜리 급전으로 상환해 왔다.

FRB는 27일부터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특별기구인 '기업어음매입용기금(CPFF)'을 통해 CP 매입에 나설 계획이며 산은과 국민은행 뉴욕지점은 이날 매입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CP 매입 규모는 올해 초부터 지난 8월까지 하루 중 CP 발행이 가장 많았던 날의 발행 잔액 중 현재 발행 잔액을 제외한 금액이 된다.

현재 발행 잔액을 감안할 때 산업은행은 이번 주 초 당장 CP 매각을 통해 4억달러를 1차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CP를 발행한 국민은행은 5000만달러가량의 CP를 FRB에 매각해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FRB의 CP 매입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며 매입 대상은 3개 국제 신용평가회사 중 두 곳으로부터 단기신용등급 'A1'(S&P 기준) 이상을 받은 기업이 발행한 CP로 국한된다. 만기 시 차환 발행을 통해 기간이 연장된다.

한국 금융사 두 곳이 FRB의 CP 지원 대상 '우량'금융회사에 포함돼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한국 금융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준동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