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페이스북의 내 '일촌'이 당신의 4배요, 매케인"

매케인 "무슨 소리, 내 인터넷 친구도 만만치 않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정보기술(IT) 선거전이 한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인터넷 선거'로 인해 미 선거운동의 달라진 모습과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미국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또 동시에 IT 강국인 미국의 인터넷 정치 실험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웹에서 Y세대 유권자를 잡아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강력한 후원자인 30세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2000년대의 주역 Y세대가 바로 오바마의 지지자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 Y세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이들이 정치 참여의 장으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오바마는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 등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인맥관리사이트(SNS)를 활용한 선거전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기를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오바마와 '프렌드(싸이월드의 '일촌'과 같은 개념)'를 맺은 유권자의 수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4배 이상이다.

WSJ은 올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가 오바마에 비해 온라인에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윌리엄스 벤틀리대학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유권자와 온라인에서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 온 오바마가 유리했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시스템 확산

이번 선거는 전자투표 시스템이 확산되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1960년부터 사용해 온 전산처리용 투표용지 대신 터치스크린이나 키패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하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채택하는 지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24개주에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자투표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은 광학 스캐너에 종이 투표용지를 넣는 방식도 병행할 계획이다. 찰스 스튜어트 MIT 교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미국에서 전자투표 시스템이 진일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의 신뢰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전자투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전자 민주주의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온라인을 통한 유권자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 열기가 과연 얼마만큼 표로 연결될 수 있을지,그리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선거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는 '웹 분석학'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전자투표를 유권자가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도 중요 이슈다. 2000년 대선 중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이겨 전자 개표 오류 논란이 크게 일어나면서 유권자들은 최근까지 종이 투표용지를 고집했다.

뉴욕주립대의 브레넌센터에서 투표기술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렌스 노든은 "광대한 지역과 방대한 유권자 수,복잡한 선거 제도 아래서 치러지는 미국의 전자투표는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