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8곳은 IMF 외환위기 시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 현재의 경영여건에 대해 기업들의 78.9%는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42.5%) 더 어렵다(36.4%)'고 밝혔다. 경영여건이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21.1%에 불과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85.5%가 'IMF 외환위기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응답해 대기업(58.8%)보다 고통의 정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부문별로는 내수부문(81.2%)이 수출부문(69.2%)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업들이 경제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내수침체 등 경기침체 지속'(54.2%)을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유동성 악화 등 자금조달 애로(20.4%)와 '영업이익 감소 등 실적 악화'(19.4%)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투자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는 응답이 63.9%, '채용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는 응답은 81.0%에 달했다. 투자 축소 또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27.8%, 오히려 확대 또는 확대 검토 기업도 7.5%에 달했다.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규모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응답기업의 43.9%가 '환율상승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고, '수출호조 등 이익이 발생했다'고 답한 기업은 14.8%에 불과했다. 특히 '식품'(59.1%), '석유화학'(52.6%), '기계'(52.0%)업종은 손실발생 기업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실을 입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피해규모를 따져보니 매출액 대비 평균 11.1%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와 유동성 악화, 경영실적 악화 등 국내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환율 및 금리안정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금융규제 완화 등 금융시장 불안해소를 위한 정부대책의 조속한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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