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긴급 진단] 환율 1500원 넘을 수도 있겠지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ㆍ달러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평소 하루 10원 이내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요즘은 100원 이상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10일에는 하루 변동폭이 235원에 달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조차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환율 전망 자체를 꺼리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무엇보다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7~9월만 해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8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10월 들어서는 40억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0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25억달러에 그치기도 했다. '외환시장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환율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향후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오버 슈팅(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 때와는 분명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는 국가 부도 사태로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그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잠시 1500원을 넘을 수는 있어도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안정 기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정책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환율을 일정 정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도 외환시장의 변수다. 다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려면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이 필요한 데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뒤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도 섣불리 이 같은 방식을 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수준보다 훨씬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내놓은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을 1040원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7개국의 교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고려한 적정 원ㆍ달러 환율은 1002원 내외"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4일 채권시장에서 기업어음(CP) 금리는 연 7.21%까지 올랐다. CP 금리는 지난달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 연 6.22%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한 달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3년 만기 회사채(AA― 기준) 금리도 '리먼 사태' 이후 연 7.09%에서 지금은 연 8.10%까지 뛰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지난 9월 하순까지만 해도 연 5.79%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연 6.18%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크레디트물(비정부채)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은이 이왕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했다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내리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무엇보다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7~9월만 해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8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10월 들어서는 40억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0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25억달러에 그치기도 했다. '외환시장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환율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향후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오버 슈팅(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 때와는 분명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는 국가 부도 사태로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그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잠시 1500원을 넘을 수는 있어도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안정 기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정책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환율을 일정 정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도 외환시장의 변수다. 다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려면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이 필요한 데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뒤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도 섣불리 이 같은 방식을 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수준보다 훨씬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내놓은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을 1040원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7개국의 교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고려한 적정 원ㆍ달러 환율은 1002원 내외"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4일 채권시장에서 기업어음(CP) 금리는 연 7.21%까지 올랐다. CP 금리는 지난달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 연 6.22%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한 달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3년 만기 회사채(AA― 기준) 금리도 '리먼 사태' 이후 연 7.09%에서 지금은 연 8.10%까지 뛰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지난 9월 하순까지만 해도 연 5.79%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연 6.18%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크레디트물(비정부채)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은이 이왕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했다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내리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