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간 첫 M&A

미국 정부가 총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활용한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무부가 금융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부실 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에 우선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대형 지방은행 간 인수합병(M&A)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미 정부는 또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공적자금을 투입,부분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방은행 M&A전 점화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은행인 PNC파이낸셜서비스 그룹(이하 PNC)은 오하이오 최대 은행인 내셔널시티코프를 5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PNC는 내셔널시티코프 주식을 전날 종가보다 19% 낮은 주당 2.23달러에 인수키로 계약을 맺었다. 내셔널시티코프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두 은행 간 합병이 이뤄지면 PNC는 1800억달러의 예금을 보유한 미국 내 5대 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PNC는 인수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부에 77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으며,재무부는 은행 간 M&A를 유도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가 은행산업 전체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M&A를 추진하는 지방은행에 자본을 투입키로 함에 따라 파산위험에 몰린 부실은행에 대한 M&A가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이날 조지아주에 있는 알파뱅크앤드트러스트는 누적 부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했다. 올 들어 16번째 파산은행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앞으로 부실 가능성이 있는 지방은행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계에서는 클리블랜드 키코프,신시내티 피프스서드뱅코프,윈스턴 BB&T,애틀랜타 선트러스트뱅크스 등의 지방 유력 은행들이 부실 은행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에도 자본 투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재무부가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 대해서도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파이낸셜,뉴욕라이프인슈어런스가 정부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재무부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단행한 이후 대형 보험사에 대한 자본투입을 검토하게 된 것은 생보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전체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데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주식을 수십년씩 보유하는 장기 투자자다. 보험사에 자본을 확충해주면 기업 및 소비자에 대한 대출이 재개돼 금융시장이 조기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무부는 보험사 외에도 자금난에 처한 자동차 업계나 주 정부 등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요청받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