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은 마늘이 자랑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2008 농식품 파워 브랜드 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인 금상을 받았을 정도의 '명품 마늘'로 인정받고 있다. 스페인이나 대만에서 수입된 마늘이 '의성 흑마늘'로 가공돼 판매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의성 마늘의 유명세를 방증한다. 여행지로서의 의성은 낯설고 생소한 편이다. 인근 안동의 그늘에 가려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소박한 가을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의성만한 곳도 찾기 힘들다. 단풍 가득한 조용한 산사와 전통이 흐르는 양반마을 그리고 탐스럽게 익은 사과밭과 뜨끈한 온천까지 하루 일정을 실하게 채울 수 있는 구경거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어서다.

■전통의 양반마을

의성에는 수백년 된 고택과 회화나무가 있는 전통마을이 잘 보존돼 있다. 산운마을은 400여년을 이어온 영천 이씨 집성촌.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이 정착해 이룬 마을이다. 광해군 때 승지를 지낸 경정 이민성,현종 때 형조판서인 운곡 이희발도 이 마을 출신이다. 지금도 8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영천 이씨라고 한다. 학록정사,운곡당,소우당,점우당 등 지정 문화재와 전통가옥이 고풍스럽다. 산운 생태공원에는 공룡 전시물이 있어 가족과 함께 자연사를 학습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다.

북부의 사촌마을은 안동 김씨와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다. 고려 말 감목공 김자첨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조선시대에 대과 13명,소과 28명을 배출한 마을로 유명하다. 서애 유성룡도 이 마을에서 났다. 마을에는 30여채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다. 만취당이 대표격이다. 사가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명필 한석봉이 쓴 현판도 볼 수 있다. 마을 숲을 거닐 만하다. 풍수지리상 우백호에 해당하는 곳에 조성한 방풍림으로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돼 있다. 45m 너비로 1㎞쯤 이어진 숲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가을이어서 좋은 산사와 계곡

의성 단촌면의 고운사는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고운 최치원이 중건한 고찰이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의 전진기지로 삼아 식량을 비축했으며 석학으로 이름 높은 함흥대사가 학문을 연구하던 곳으로 불도와 학문의 본원지라고 할 만큼 유명하다.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246호)과 우화루 호랑이 그림도 자랑이다.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숲길 산책을 빼놓을 수 없다. '천년 숲길'로 불리는 산사 진입로의 소나무 숲 흙길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느 절집과 달리 사하촌이 없다는 점도 좋다.

빙계계곡도 찾아볼 만하다. 삼복에는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에는 더운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 계곡으로 경북 8승 중 하나다. 기암괴석과 청정계류가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온천과 사과와인 체험

의성 여행길의 별미는 온천 체험.봉양면의 탑산 온천이 물 좋기로 소문나 있다. 탑산온천의 온천수는 게르마늄,화산염,유황,탄산 등이 섞인 복합약수천으로 항암작용,피부미용,혈압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개발된 온천은 시설이 다소 낡은 게 흠.일대를 온천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단촌면의 한국애플리즈는 사과와인 만들기 체험으로 유명하다. 연간 12만t 6만상자의 사과를 수확해 사과와인을 제조하는 곳으로 '나만의 사과와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먼저 사과밭에서 사과를 따고 사진을 찍는다. 공장에서 와인이나 사과즙을 맛본 뒤 와인 제조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6년 숙성된 사과와인을 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를 끼운다. 디카로 찍은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라벨을 붙이면 나만의 사과와인 만들기 끝이다. 사과와인 체험비용은 1인당 1만2000원.11월 초까지 사과를 딸 수 있으며 사과와인 제조 체험은 연중 가능하다.
의성 특산 흑마늘 제조과정도 구경할 수 있다. 의성군청에 문의한 뒤 의성흑마늘영농조합을 찾으면 공장견학과 함께 흑마늘 제품 시식도 할 수 있다.

의성군청 새마을문화과 (054)830-6355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