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들이 중소 금융사 인수합병(M&A),자회사 설립 및 육성 등 신규사업을 줄줄이 중단하거나 뒤로 미루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및 발전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초 올해 안에 서민금융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위기 극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는 판단 아래 일단 접었다"고 21일 말했다.

국민은행은 종합금융그룹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서민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기로 결정하고 올해 중 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캐피털 회사를 신설하기로 했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지난해 말 "서민금융은 국민은행이 최대 은행답게 사명감을 갖고 해볼 만한 비즈니스"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KB금융은 유진투자증권 M&A 참여도 포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지분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KB금융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금은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B금융은 금호생명 매각 입찰에도 나서지 않는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외환은행은 외환선물을 금융투자회사로 만들려는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외환은행은 올해 안에 외환선물의 자기자본을 3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고 주식 채권 매매와 중개,투자자문 및 일임 등을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인가를 금융감독 당국에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환선물 증자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투자회사 성장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기업은행의 보험사 신설 계획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란 본업에 주력할 수 있도록 1조원의 증자를 추진 중인데 많은 돈을 들여 보험사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은 기업은행법 개정안에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들어가지 않아 지주사 전환작업도 중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