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간 거래에 대해 최대 1000억달러의 지급 보증을 서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데 힘입어 환율이 하락하고 외화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되는 등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주가도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환율이 하루 동안 100원가량 출렁이고 주가도 장 초반 급락하는 등 불안감은 여전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9원 내린 1315원에 마감,이틀 연속 하락했다. 개장 직후에는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104원 넘게 폭락하며 1230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30분도 안돼 100원가량 낙폭이 줄어드는 등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은 "장 초반 정부 대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급락했지만 실제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낙폭이 상당 부분 줄었다"며 "주식 매도분 관련 외국인의 달러화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꼬일 대로 꼬였던 외화자금 사정은 다소 나아졌다. 이날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선물 환율-현물 환율)는 ―3원을 기록했다. 스와프 포인트는 지난 10일 ―10원까지 벌어졌지만 지난 17일 ―6원50전에 이어 이날도 격차가 크게 줄었다. 스와프 포인트의 마이너스가 커질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또 지난 16일 0%를 기록했던 1년물 통화스와프(CRS) 금리도 이날 1.1%로 반등했다. CRS 금리는 은행이 달러를 담보로 원화를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로 CRS 금리가 낮을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뜻이다.

반면 원화 자금 사정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날 3년 만기 회사채(AA― 기준) 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8.06%,기업어음(CP) 금리는 0.06%포인트 상승한 연 7.24%에 각각 마감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6.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3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정부 대책이 별다른 힘을 못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건설주가 정부 지원책 기대로 반등하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데 따라 오름세로 반전,26.96포인트(2.28%) 오른 1207.63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4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들어와 장을 떠받쳤다. 코스닥지수는 0.26% 상승했다.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3.59% 상승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2.25%,홍콩 항셍지수는 5.28% 급등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