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기업 오너들이 보유지분을 가족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 후계구도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필웅 풍림산업 회장은 지난주 보유주식 505만주(23.51%) 가운데 110만주를 아들 손자 등 가족 8명에게 골고루 증여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윤형 전무는 20만주를 증여받아 보유주식이 67만여주로 늘어 2세 구도를 튼튼하게 다졌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도 이달 보유주식 4020주 전량을 보령중보재단에 증여했다. 지난달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손자인 홍월리엄 군이 회사주식 1168주를 증여받았다. 이찬승 능률교육 사장도 부인과 자녀에 각각 9만주를 증여했다.

주식상속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작고한 이선규 동성제약 회장이 남긴 회사 주식 37만여주는 지난달 중순 자녀 등에게 상속됐다.

이처럼 상장사 증여·상속이 늘고 있는 것은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빠져 증여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은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이런 급락기를 증여 시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