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밝혀…"내년 성장률 4% 넘기 힘들 것"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4%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경기가 상당히 안 좋을 것 같고 경상수지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시의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데 지금은 7~8월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에 통화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통위는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소지를 줄여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전망이 썩 밝지 않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지난 9일)해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5%다.

이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금융 부문은 매우 어렵고 실물 부문도 지난 여름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1997년 환란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 어렵고 경제성장률도 4%를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다만 물가 상승 추세는 다소 진정돼 4%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통화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 중 물가 쪽의 압력과 다른 쪽의 압력을 조정하는 것일 뿐 물가 안정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융 부문에서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는 건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 사정이 안좋으면 총액한도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액권 지폐 발행과 관련해 이 총재는 "5만원권 발행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10만원권은 문제가 생겨 검토하고 있다"며 뒷면 도안 변경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인물 초상을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