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미국의 증시 급락 등 국내외 호악재가 쏟아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호재에 영향을 받아 급락세로 출발했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다급한 외화 유동성 사정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20분 현재 전거래일인 지난 17일 종가보다 41원(3.07%)이 급락한 1293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 증시하락이라는 악재보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더 신뢰를 보내며 지난 17일보다 64원이 급락한 127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급락세는 환율은 1230원까지 떨어트렸으나 역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290원대로 다시 올라서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전부터 상승압박보다 하락요인이 더 많았다.
정부는 지난 19일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은행들의 대외채무를 3년간 연장해주는 조치를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총 지급보증 규모는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을 통해 30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 대책으로 외화자금 시장에 일단 숨통이 트일 전망 속에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심리를 반영하며 이미 지난 17일 뉴욕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1개월물 기준으로 1260원대로 내려 앉은 바 있다. 역외 원달러 환율은 1개월물 기준으로 직전일 종가대비 15원 가량 낮은 1295/1298원에 호가를 출발했다. 환율은 이후 1255원 수준까지 급락한 뒤 직전일대비 50원 가량 낮은 1257/1267원에 최종 호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증시 하락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주말 미 주택착공 통계가 17년 반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경기 침체 우려감을 심화시킨 탓에 캐터필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 등 산업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다우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또 미국 소비자 신뢰도가 10월 들어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발표에 월마트를 위시한 소매주들도 대거 하락했다.
전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1%(127.04p)가 하락한 8852.22를, S&P500지수는 0.62%(5.88p)가 빠진 940.55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는 0.37%(6.42p)가 빠진 1711.29로 마감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의 시장안정 조치에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그러나 환율 하락 시점마다 대기 수요들이 아직까지 꾸준히 유입될 전망이라서 급격한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세계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주식 순매도 공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증시 하락에 따른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펀드 관련 대기수요 또한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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