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500만弗 그쳐 … 취득건수도 70% 감소
서브프라임 폭탄. 널뛰는 환율에 투자 위축

"이달 초 열린 동남아시아 부동산 투자설명회 참석인원을 하루 600명으로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350여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한때 하루 20여통씩 걸려오던 해외 부동산 구입 문의전화도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해외 부동산 전문업체 A회사 관계자)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급등 여파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취득이 자유로워지면서 한때 월간 취득액이 1억3600만달러(2007년 4월)에 이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취득액은 물론 취득건수까지 크게 줄어드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환차손으로 투자할 때부터 손해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해외부동산 취득건수와 취득액은 89건 4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동월 대비 취득건수(219건)의 30% 수준이며 취득액(9400만달러)도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취득건수가 100건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에는 185건,7월에는 154건을 기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이처럼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는 환율 탓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만 해도 1000원대였지만 이달 들어 최고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예를 들어 10억원에 살 수 있었던 미국 LA지역 아파트를 환율급등으로 14억원이나 줘야 했다는 얘기다.

해외 부동산 전문업체인 IRI코리아 관계자는 "집값이 10% 오르는 데 1~2년 걸리는데 투자하자마자 최대 40%까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투자에 나서겠느냐"며 "지금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상황도 아니고 투자를 권유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콜드웰뱅커코리아 관계자도 "올 여름만 하더라도 해외 신규 분양물량이 나왔다고 안내전화를 하면 80% 정도가 상세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관심없다는 반응"이라고 귀띔했다.

기업투자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나 자산관리 회사들이 물건을 구해달라고 해놓고 막상 매물을 보여주면 해외부동산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다음 기회를 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자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보류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세계적인 부동산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해외동포 국내투자 늘어

해외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오히려 해외 동포들이 한국 부동산을 사겠다며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 중개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부동산을 팔려고 제휴했던 회사가 이제는 한국 부동산을 사겠다고 나섰다"며 "2명의 투자자가 1000만~3000만달러를 쓸 테니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다가 중단된 것이 있으면 중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루티즈코리아 임채광 팀장은 "해외 동포가 국내 쪽에 부동산을 사겠다고 문의한 경우가 여러 건 있었다"며 "토지는 물론 아파트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은 환율에 매우 민감한 만큼 환율이 안정돼야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