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위안짜리 지폐 뒷면에는 구이린(桂林)의 산수(山水)가 담겨 있다. 뾰족 봉우리 사이를 유유히 휘감아 도는 이강 풍경이다. 화폐도안은 그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고 보면, 중국의 산수 중 으뜸이 구이린의 산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골프 환경도 그 빼어난 산수를 닮았다. 사계절 원정 라운드를 위해 한국 골퍼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골프장은 두 곳,국제산수GC와 메리랜드GC가 유명하다.

■음양의 조화, 국제산수GC

국제산수GC는 구이린 시내에서 25분 거리에 있다. 중국의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명문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웃한 요산을 중심으로 한 뾰족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코스를 돌며 구이린의 산수 구경도 겸할 수 있다.

27홀 규모로 산경,수경,석경 등 각 9홀의 3코스로 조성돼 있다. 산경 코스는 말 그대로 깊은 산속에서 라운드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코스 9번 홀은 매우 긴 편이어서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수경 코스는 연못과 워터 해저드 등 물이 많아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코스다. 석경 코스는 바위봉우리를 절묘하게 다듬어 조성한 코스.보기 플레이 수준의 골퍼들이 좋아할 만하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또박또박 치지 못한다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복병이 코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들 세 코스는 음양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양기가 강한 홀은 바위 봉우리를 깎아 음기를 보양하고,음기가 센 홀은 양기를 돋우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오래된 중국의 성 안에 들어선 듯 고풍스런 느낌이다. 150실 규모의 호텔과 경마장,테니스장,낚시터,수영장 등도 갖추고 있다.

■종합 유원지, 메리랜드GC

메리랜드GC는 2000년 개장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골프장이다. 구이린 시내에서 1시간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18홀 규모로 파72에 전장 7073야드.전반 9홀은 천변만화의 구릉 코스,후반 9홀은 페어웨이 양쪽에 소나무 숲이 있는 골짜기 코스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영호의 풍광을 최대한 살리며 변화를 준 코스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객실 368개의 호텔,60여개의 로지와 유락시설 등이 호화롭다.

2번 홀(파4,412야드)이 산의 경치를 주제로 꾸민 초반 9홀 중 제일 어려운 홀로 꼽힌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쉬워 보이는데 점수는 그리 잘 나오지 않는다. 페어웨이를 따라 있는 커다란 연못이 부담스럽다. 방향을 정확히 잡고 그 방향대로 직선타구를 날려야 파세이브를 할 수 있다.

6번 홀(파4,343야드)은 페어웨이 양쪽에 구릉을 만들어 변화를 주었다. 2온 버디를 노리기 십상인데 대개는 구릉 안쪽에 숨겨놓은 벙커로 직행,세컨드샷에서 헤매는 이들이 많다.

16번 홀(파4,374야드)은 영호와 어울린 골프장 풍경을 함축해 놓은 듯한 홀이다. 절묘한 2단 페어웨이 설계가 돋보인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