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손실 中企 13일부터 지원
건설사 공공택지 해약시 환불키로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고,이게 또다시 금융 부실을 낳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키코(KIKO) 손실기업 회생 대책이 당장 이번 주 초 시작되며 만기가 돌아온 건설사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환을 일시적으로 연장해주는 대책도 이번 주 확정된다. 정부의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는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轉移)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실물로의 파급을 차단하라"

우리 경제는 안으로는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밖에서는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밀려 들면서 경기 침체의 골이 생각보다 깊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응은 '신용 위기'의 확산 경로를 금융 부문 범위 내로 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금융권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멀쩡한 중소기업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2조5000억원→3조3000억원) 기업은행(24조원→26조원) 수출입은행(6조5000억원→7조5000억원) 신용보증기금(28조원→29조5000억원) 등이 공조해 올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및 보증지원 한도를 총 4조3000억원 늘렸다.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의 회생 프로그램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떤 경우에도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없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지난 주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각 은행은 공동으로 지원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이번 주부터 신청기업에 대한 등급 평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은행들은 개별 기업이 키코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환헤지를 했는지와 영업이익 규모,현금흐름을 종합적으로 따져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여기서 A(정상)나 B(등급하락위험) 등급으로 평가될 경우 중소기업 지원 패스트트랙(한시적인 신규 자금 지원)으로 가게 된다. C(회생 가능)는 워크아웃 절차를,D(등급외)는 퇴출을 유도한다. 신규 자금 지원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일정 비율로 붙어서 은행들의 신용위험을 줄여줄 예정이다.

◆건설사 자금난에도 '숨통'

내수경기 위축에 따른 미분양 사태에다 신용 경색에 놀란 금융권의 갑작스런 대출 회수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온 건설업계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나왔다. 건설사 자금압박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불안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건설사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ABCP 상환을 일시적으로 연장해 주기로 했다. 또 건설사가 분양받은 공공택지도 계약을 포기하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되사주기로 했다. 다만 환매 범위는 중도금에 한정된다.

정부는 당초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우려해 공공 택지를 되사주는 등 건설사 직접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심각한 자금난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원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 발행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BCP는 총 2조6393억원어치에 이른다. 토지공사가 2006년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건설업체들에 공급한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건설사들이 연체한 대금은 7068억원으로 지난해 8월 연체금액(340억원)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한 중견 건설사 자금담당 상무는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상황인데 정부가 유동성을 긴급 지원한다고 하니 다소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으면서 중도금을 환불키로 한 결정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계약 해지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들만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미분양의 근본적인 해소와 서민의 내집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대출을 집값의 최대 40%로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60%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현/김현석/김문권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