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각각 1억달러가량을 매도했다. 삼성전자가 전날 3억~4억달러를 매도한 데 이어 대기업들이 정부의 환율 안정 의지에 속속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도미노 달러 매도'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급등세에서 급락세로 반전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정책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며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평소보다 많이 매각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이날 1억달러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 외환 가운데 1억달러 정도를 시장에 풀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또 이날 이사회를 열어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한 대형 조선업체도 9~10일 이틀간 1억달러가량의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그룹 자금담당 임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데 적극 협조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환투기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외국환 업무를 취급하는 모든 은행(외국계 은행 포함)의 고객별 외환거래 내역을 하루단위로 보고받아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은행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달러 매매주문과 거래내역 등도 포함된다.

기업들의 달러 매도와 감독당국의 외환거래 내역 조사 방침 등으로 이날 장 초반 80원가량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반전,전날보다 70원50전 내린 13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한때는 154원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변동폭만 235원에 달했다.

주용석/안재석/조재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