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뉴욕증시가 다시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닷새째 상승, 1400원선을 돌파했다.

우려하던 '환율 1400원선'이 붕괴된 만큼 금융권과 기업들은 불안한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헤지상품인 KIKO 가입 기업들은 계속 솟구치는 환율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5분 현재 전날보다 49원(3.51%)이 폭등한 1444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지난 1998년 6월1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세계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감으로 전날보다 5원이 오른 1400원으로 출발했다. 일부 매도호과에서는 1500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역외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폭을 늘려 단숨에 1430원, 1440원선을 연거푸 돌파했다.

간밤에 열린 뉴욕증시는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미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2% 하락한 9258.10으로 장을 마감했다. S&P 500지수도 1.13% 떨어진 984.94를 기록해 이달 들어 15%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1740.33으로 0.83%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각 6.30%, 5.87% 떨어졌고, 영국은 5.17% 하락 마감했다.

밤사이 뉴욕 원달러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1383원으로 내려왔다. 미국과 유럽 등 7개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이후 1368원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금리인하가 신용위험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환율은 한때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일일 시황'에서 "세계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 속에 금리 인하 공조는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면서 "더 이상 나올 대책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주말에 있을 G7 회담과 IMF 총회에서의 대책 제시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머징 국가들의 환율 폭등과 밤사이 Libor 금리 급등에 따른 외화 자금 경색 등의 영향은 환율이 상승 시도를 할 것"이라며 "서울 외환시장은 이미 기능이 마비된 상태로 불안 심리 진정이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