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달러 사재기 얼마나 심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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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래도 되는지… 기업들이 앞다퉈 사재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원ㆍ달러 환율이 1395원까지 올라 10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8일,한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가 분통을 터뜨렸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투기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달러 사재기'가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때 달러당 900원에도 팔겠다고 아우성쳤던 기업들이 지금은 1400원 가까이 됐는데도 더 먹겠다는 생각으로 달러를 사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불과 4일 만에 달러당 200원 넘게 올랐는데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환 딜러들은 "달러 매물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인터넷 포털과 재테크 사이트에서도 달러 사재기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 뉴스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은행마다 외화가 부족해 쩔쩔매는 것을 보면 답은 나온다"며 "당분간 달러 가치가 계속 올라갈 것 같아 갖고 있던 유로화도 전액 달러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모씨(31)는 "책상 서랍을 뒤져보니 외국에 출장갔을 때 안 쓰고 남은 달러가 꽤 있더라"며 "계속 갖고 있다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원화나 다른 외화로 환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환전 및 송금 수요도 늘어나면서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 외환은행 창구에서 외국 은행으로 송금된 외화 규모는 3200만달러로 전날보다 2배나 증가했다. 환율이 단기 급등할 경우 환율 하락을 기다리면서 환전이나 송금을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환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사는 것이 낫다고 보고 환전과 송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개인이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일방적인 달러 매수 분위기가 팽배해 '묻지마식'으로 달러를 사두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고가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원ㆍ달러 환율이 1395원까지 올라 10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8일,한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가 분통을 터뜨렸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투기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달러 사재기'가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때 달러당 900원에도 팔겠다고 아우성쳤던 기업들이 지금은 1400원 가까이 됐는데도 더 먹겠다는 생각으로 달러를 사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불과 4일 만에 달러당 200원 넘게 올랐는데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환 딜러들은 "달러 매물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인터넷 포털과 재테크 사이트에서도 달러 사재기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 뉴스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은행마다 외화가 부족해 쩔쩔매는 것을 보면 답은 나온다"며 "당분간 달러 가치가 계속 올라갈 것 같아 갖고 있던 유로화도 전액 달러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모씨(31)는 "책상 서랍을 뒤져보니 외국에 출장갔을 때 안 쓰고 남은 달러가 꽤 있더라"며 "계속 갖고 있다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원화나 다른 외화로 환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환전 및 송금 수요도 늘어나면서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 외환은행 창구에서 외국 은행으로 송금된 외화 규모는 3200만달러로 전날보다 2배나 증가했다. 환율이 단기 급등할 경우 환율 하락을 기다리면서 환전이나 송금을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환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사는 것이 낫다고 보고 환전과 송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개인이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일방적인 달러 매수 분위기가 팽배해 '묻지마식'으로 달러를 사두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고가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