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4년새 20% 줄어…업계는 웰빙변신 안간힘

직장인 김지숙씨(30)는 오랜만에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려고 직장 근처 맥도날드를 찾았다. 하지만 맥도날드 매장 자리엔 의류 매장이 들어서 있어 허탕을 쳤다.

이처럼 최근 집·직장 주변에 즐비했던 패스트푸드점이 눈에 띄게 줄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맥도날드는 2004년 말 점포수가 351개에 달했으나 이달 현재 232개로 119개(33.9%)나 줄었다. 점포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으니 주위에 맥도날드 점포를 찾기가 한결 어려워진 것이다. 패스트푸드 1위인 롯데리아는 같은 기간 850개에서 725개로 점포수가 125개(14.7%) 줄었고,KFC·파파이스·버거킹도 최근 3년 사이 전체 점포의 10~20%를 정리했다.

이는 '2008 유통연감'과 5대 패스트푸드 업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점포수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다. 전체 점포수는 2004년 말 1624개(KFC·파파이스·버거킹은 2005년 말)였던 것이 8일 현재 1298개로 326개(20.1%) 줄었다.

패스트푸드 매출 규모는 월드컵이 열린 2002년 1조2400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총 매출이 8600억원으로 5년 새 30.6%나 줄었다. 우후죽순 생겨나던 점포들도 매출 정점보다 2년 늦은 2004년을 고비로 20~30%가량 정리된 상태다.

이 같은 패스트푸드의 몰락은 거센 웰빙 바람으로 인해 예견된 결과였다. 비만을 유발하는 정크푸드로 인식된 데다,다양한 외식업종이 등장하면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었다. 또 매출은 부진한데 임대료 부담은 갈수록 커져 지난 3~4년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군살 빼기'에 주력한 시기였다. 맥도날드는 임대료가 과도한 도심 매장을 정리하고,3300㎡(1000평) 이상 대형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서울 외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처음에는 매출 감소를 일시 현상으로만 여겼지만 매출이 20~30%씩 빠지고 가맹점 점주들이 재계약을 기피하면서 갖가지 대책을 강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킨점인 KFC는 올들어 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재를 겪으면서 더 타격이 컸다.

하지만 군살을 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그동안 인테리어 리뉴얼,웰빙·저가 메뉴 개발,24시간 매장 등을 선보이며 '패스트푸드' 대신 '퀵서비스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매출 감소세가 멈췄고 올 들어선 전년 대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회복세가 지속될지,반짝 성장에 그칠지 주목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