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C, ERP, TRIZ...

외국의 경영기법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영어 약칭의 경영용어가 매스컴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유행하고 있는 경영용어의 뜻을 잠시만 살펴보면 경영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엿볼수가 있다.

◇ 80,90년대 제조.생산분야 경영용어가 대세 = 7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 따르면 80년대와 90년대는 주로 제조와 생산분야의 경영용어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품질관리를 뜻하는 QC(Quality Control). 품질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부서별로 계획.실행.검토.검증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업무를 가리킨다.

산업공학, 즉 IE(Industrial Engineering)는 사람, 재료, 설비, 기술, 자금 등 종합적인 시스템의 설계, 개선, 설정에 관한 문제를 공학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는 기법으로 80년대에 많이 쓰인 용어 중 하나이다.

아울러 구하려는 기능을 최소한의 자원비용으로 얻기 위해 원가절감과 제품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VE(가치공학, Value Engineering)도 이 시대의 주요한 경영기법이었다.

90년대 들어서는 QC가 확대된 TQM(Total Quality Management)가 많이 쓰였다.

고객만족을 통한 장기적인 성공은 물론 기업 구성원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총체적 수단을 활용하는 전략적 경영시스템을 말한다.

◇ 90년말, 2000년대는 정보기술과 혁신 관련 용어 등장 = IT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경영에도 이를 응용한 기법이 등장했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업 내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말부터다.

'전략적 방향성에 기반한, 내부역량 강화차원의 업무 프로세스의 최적화 활동'으로 정의되는 PI(Process Innovation)도 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의해 국내에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는 용어다.

◇ 2000년대 후반은 경영기법 '백가쟁명' =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경영기법이 다양해지면서 경영용어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최근 창의경영이 새로운 경영트렌드로 대두하면서 TRIZ(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가 부상하고 있다.

구(舊) 소련의 알츠슐러(G.Altshuller)가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 방법론, 분야별 문제해결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세스와 창조경영의 실행방법론을 뜻한다.

마케팅과 영업부문에서는 고갱 중 기업에 기여도가 높은 핵심고객을 관리하는 KAM(주요고객관리, Key Account Management)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일하기 좋은 일터를 의미하는 GWP(Great Work Place)도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개념이다.

구성원의 처지에서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며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Fortune)지가 매년 '일하기에 훌륭한 미국의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이미지 통합을 의미하는 CI와 유사한 SI(서비스통합, Service Identity)도 새롭게 뜨는 용어 중 하나다.

고객들에게 자사의 서비스를 어떤 이미지로 각인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서비스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수립을 의미한다.

능률협회컨설팅 한수희 CBO(Chief Business Organizer)는 "경영기법들이 외국에서 도입된 것들이 많은 만큼 영어 약어로 표현되면서 국내 경영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다"며 "기업들이 이러한 경영용어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차별화된 경영기법을 갖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