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는 발전소 등 고부가 플랜트 심혈
"빛과 열,소리와 공기를 지휘하라."
대림산업이 위축된 주택시장과 고유가 파고를 돌파하기 위한 미래 핵심 가치기술로 2012년까지 개발키로 한 초(超)저에너지 주택 '에코 3리터 하우스' 개발팀에 떨어진 지상 과제다.
에코 3리터 하우스(ECO-3L House)란 아파트 내부 1㎡를 기준으로 연간 3ℓ의 연료만 사용해 입주자가 최적의 냉·난방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을 말한다. 국내 공동주택의 연평균 에너지(등유 기준) 소비량인 ㎡당 16ℓ의 5분의 1이 안 되는 주택이다. 대림산업은 현재 30여명의 박사급 전문인력을 투입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저에너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빛·열·소리·공기질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냉·난방 에너지 절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열(熱)이다. 대림산업은 지금보다 성능을 4배 정도 향상시킨 슈퍼 창호와 슈퍼 단열재를 개발해 아파트 등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7분의 1 수준까지 떨어트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빛을 다스리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자연의 선물인 햇빛(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아파트 옥상이나 외벽 등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바깥 창문쪽에는 광(光)선반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조명을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지하주차장 등에도 자연채광을 최대한 끌어들여 인공조명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생활소음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나오는 소리가 실내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3중 벽체나 고성능 단열 완충재를 개발하고 최첨단 열교환 환기시스템 기술을 적용해 실내 공기질을 새집증후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대림산업의 이 같은 친환경·저에너지 비전은 2~3년 전부터 소리 없이 추진돼 왔다. 2005년 냉·난방 비용을 20~30% 수준으로 낮춘 시범 단독주택에 이어 2006년 9월에는 대덕연구단지 안에 '3리터 공동주택'을 지었다. 일부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지난 4월 울산에서 분양된 '유곡 e-편한세상'아파트 등에는 냉·난방 에너지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설계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지정하는 '에너지 효율 1등급'(절감비율 33.5%)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는 15일부터 대전에서 분양되는 '남대전 e-편한세상'단지에도 같은 기법이 적용된다. 대전 동구 낭월동에 들어설 713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확장된 발코니에 3중 유리 등 단열성능이 강화된 시스템 창호와 신소재 단열재가 설치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에코 3리터 하우스를 통해 2010년부터는 에너지를 5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2012년 관련기술과 설계기법 개발이 완료되면 건물 스스로 계절이나 날씨 등 외부 환경에 맞춰 입주자에게 최적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하이테크 아파트'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의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은 역시 해외건설이다. 올해만 해도 이란의 이스파한 정유공장,사우디의 카얀 폴리카보네이트 공장,쿠웨이트의 알주르 정유공장 등 벌써 30억8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인 21억2000만달러를 훨씬 초과 달성한 기록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