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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달러 폭등…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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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금융사 자금부의 김 차장은 6일 오후 4시까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다. 아침도 거른 채 7시에 출근하니 오후 3시까지 500만달러를 갚아 달라는 독촉전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 차장은 이때부터 알고 지내는 모든 금융회사 자금담당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12시가 될 때까지 달러를 돌려주겠다는 곳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목이 타들어갔다. 점심을 먹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김 차장은 은행으로 뛰어갔다. 돈을 못 구하면 은행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은행에서도 '달러를 줄 수 없는 우리를 이해해 달라'는 말만 들었다. 김 차장은 결국 3시를 넘겨 당국에 SOS를 쳤다. 당국은 몇몇 은행들로 하여금 '급한 불은 꺼야 하지 않겠느냐'며 달러를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겨우 달러를 막았다.

    이날 오전 10시반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원ㆍ달러 환율이 1270원을 돌파하자 설마설마하던 딜러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추가 매수에 들어가야 할지,매도를 하고 빠져 나와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환율은 순식간에 1290원을 찍었다.

    불과 1시간30분 전 지난주보다 4원5전 오른 1228원으로 시작한 외환시장이 극도의 패닉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이 눈앞을 스쳤다.

    순간 정부의 강력한 매도 개입이 들어오면서 환율은 1250원까지 빠졌지만 곧바로 매수세가 다시 몰리면서 1267원으로 반등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환율은 이날 1269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루 최대 상승폭이 67원에 달했고 종가 기준으로는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딜러들은 장이 마감된 한참 후에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각 시중은행은 물론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딜링룸은 패닉 그 자체였다. 장탄식과 함께 외환위기 당시의 공포감이 하루종일 지배했다. 딜러들의 반응도 한결같았다. "도무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트레이더로서는 위쪽으로 베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착잡하다"는 대답만 나왔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폭등할 줄은 몰랐다"며 "은행들마다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말했다.

    환율이 거침없이 오르면서 달러 매수 주문은 폭주하는 반면 매도 주문은 자취를 감췄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데스크 부장은 "시장이 극심한 매도 공백을 겪고 있다. 상승 에너지의 끝이 어딘지 예단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달러를 부어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외국계 은행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한 유럽계 은행 대표는 "시장에서 1300원은 이미 갔다고 보는 분위기다. 1500원까지 얘기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외화조달의 압박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들은 장기화된 외화조달난으로 이미 녹초가 된 상황이다. 하루하루 외화자금 결제수요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크레디트 라인 점검,해외지점 상황 체크 등으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환전 창구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 우리은행 선릉지점 이영주 차장은 "오늘 상황은 패닉이다"며 "거래하러 오는 고객도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무교글로벌외화센터 이윤희 실장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생활비 학비 등 반드시 송금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찾는 고객이 없다"고 말했다.

    이심기/주용석/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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